102㎏ 아들 목 졸라 죽였다는 70대 노모 ‘무죄’

102㎏ 아들 목 졸라 죽였다는 70대 노모 ‘무죄’

신동원 기자
신동원 기자
입력 2020-11-03 22:32
업데이트 2020-11-04 03:1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경찰 출동 땐 이미 집 정돈… 제3자 범죄 주목

법원 “가족 보호하려 허위진술 가능성”
현장에 같이 있었다는 딸 다시 심리도

체중 100㎏이 넘는 아들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자백한 70대 노모가 무죄를 받았다. 재판부가 왜소한 노모의 자백은 인정하지 않고 제3자 범죄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 표극창)는 3일 술을 자주 마시는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100㎏의 50대 아들을 목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A(76)씨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살인을 인정할 만한 증거는 그의 자백과 딸 B씨의 진술뿐”이라면서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자백했더라도 법원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때만 (자백을) 유죄의 증거로 삼아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살해 경위 등을 보면 범행 동기를 설명하기에 부족하다”면서 “제3자가 사건 현장에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피고인이 가족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허위 진술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가로 40㎝, 세로 75㎝ 크기의 수건으로 고령인 피고인이 키 173.5㎝에 몸무게 102㎏인 피해자를 목 졸라 살해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당시 피해자가 술에 취한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반항 못할 정도의 만취 상태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피해자의 여동생인) B씨는 사건 발생 전날 밤에 귀가해 오빠와 다퉜는데 말싸움을 시작한 이후 상황을 논리적으로 진술하지 못했다”면서 “증인으로 법정에 나와 ‘오빠가 양심이 있다면 죽고 싶어 가만히 있지 않았을까’라고 한 말도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5분 만에 경찰이 출동했을 때 A씨의 집이 말끔하게 정돈된 상황과 관련해서도 “피고인이 청소할 정신적인 여유나 필요성이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112 신고 후 가만히 있었다는 피고인의 진술도 진실성에 강한 의심이 든다”고 강조했다. 앞서 A씨의 진술 신빙성을 의심한 재판부는 두 번의 기일을 추가로 지정해 심리했다. 재판부는 A씨가 다른 사람의 죄를 대신 뒤집어쓸 가능성도 염두에 뒀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집 안에 같이 있다가 밖으로 나간 딸 B씨를 불러 재차 심리하기도 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2020-11-04 10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를 담은 ‘모수개혁’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각종 특수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등 연금 구조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모수개혁이 우선이다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