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1만여건 6년 만에 최대… 검사·판사 상대 ‘고소 폭탄’도
접수 10건 중 7건 불기소 처분… 검경, 강력·민생범죄 수사 지장최모(73)씨는 전북 전주 지역에서 ‘고소왕’으로 통했다. 2003년 분묘 문제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패소가 확정되자 담당 검사와 판사를 향해 12년 동안 346건의 ‘고소 폭탄’을 날렸다. 농한기에는 거의 매일 전주지검과 전주지법 청사로 출근해 휴대용 스피커로 사이렌 소리를 울리면서 “나라와 검사가 사기를 친다”며 소란을 피웠다. 결국 무고죄로 기소당한 최씨는 지난해 10월 전주지법으로부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대한민국이 과도한 고소·고발로 지쳐 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60만건에 육박하며 정점을 찍었던 고소·고발 건수는 이후 다소 주춤하는 듯했으나 다시 치솟고 있다.
서울신문이 18일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한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과 경찰에 접수된 고소·고발은 총 51만 2679건으로 집계됐다. 거의 인구 100명당 1건꼴로, 2009년 이후 6년 만에 최대치다. 45만 5026건이었던 2011년과 비교하면 5년 새 12.7%나 늘었다. 지난해 기준 전체 형사사건(교통사범 제외) 130만 9012건의 39.7%가 고소·고발 사건이었다.
지난해 전체 고소·고발 사건 가운데 검찰이 ‘혐의 없음’ 등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한 사건은 34만 2622건으로 66.8%를 차지했다. 이는 검찰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2년 전인 2013년(62.6%)과 비교해 4.2% 포인트나 높아졌다. 그만큼 ‘아니면 말고’ 식의 고소·고발이 늘었다는 얘기다.
수도권 지역의 한 검사는 “고소·고발 건의 상당수가 혐의가 불확실하거나 경범죄 수준에 그치는 경우”라며 “무분별한 고소·고발에 매달리다 보니 정작 급한 강력범죄, 민생범죄 수사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검사들 중에 자신이 맡았던 사건과 관련해 고소를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2016-02-19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