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 쇠약 ‘희귀 근육병’…눈 깜빡여 쓴 논문 기적의 석사학위

전신 쇠약 ‘희귀 근육병’…눈 깜빡여 쓴 논문 기적의 석사학위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입력 2025-02-23 21:31
수정 2025-02-23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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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이영양증 장익선씨
광주대서 학위·학술상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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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광주대학교에 따르면 장익선(37)씨는 최근 2024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광주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석사 학위와 학술상을 받았다. 사진은 장씨가 유튜브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모습. 유튜브 채널 ‘눈으로 쓰는 근육병 일상’ 캡처
23일 광주대학교에 따르면 장익선(37)씨는 최근 2024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광주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석사 학위와 학술상을 받았다. 사진은 장씨가 유튜브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모습. 유튜브 채널 ‘눈으로 쓰는 근육병 일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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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광주대학교에 따르면 장익선(37)씨는 최근 2024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광주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석사 학위와 학술상을 받았다. 사진은 장씨가 대학원 수업에 참여 중인 모습. 유튜브 채널 ‘눈으로 쓰는 근육병 일상’ 캡처
23일 광주대학교에 따르면 장익선(37)씨는 최근 2024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광주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석사 학위와 학술상을 받았다. 사진은 장씨가 대학원 수업에 참여 중인 모습. 유튜브 채널 ‘눈으로 쓰는 근육병 일상’ 캡처


근육 질환으로 몸을 자유롭게 쓸 수 없는 환경에서도 ‘안구 마우스’로 절실히 공부한 장애인 학생이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3일 광주대학교에 따르면 장익선(37)씨는 최근 2024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광주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석사 학위와 학술상을 받았다.

장씨는 5살 때 근육이 점점 마비되는 희소병인 ‘근이영양증’ 진단을 받았다. 근이영양증은 UN이 지정한 5대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근육세포가 파괴돼 근력이 약화하며 현재 치료 방법이 없다.

전신이 굳어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에서도 장씨는 공부를 포기하지 않았다.

중고등과정 검정고시를 거쳐 광주대 사회복지학부를 졸업한 장씨는 2019년 광주대 사회복지 전문대학원에 입학, 2021년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낮에는 근육장애인, 근육병 환우들을 위해 광주근육장애인협회에서 일하면서 밤 9시부터는 대학원 수업을 소화했다. 그는 e북이 없는 대학원 서적을 읽기 위해 개인 스캐너도 마련했다.

다만 책들을 일일이 스캔해서 보느라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또 스스로 필기할 수 없어 암기도 쉽지 않았다고 장씨는 전했다.

그는 “15년 전, 학부 수업을 들을 때만 해도 누군가가 내 손을 책상에 올려주면 책상에 기대서 그나마 필기라도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조차 할 수 없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장씨는 근육병에 관한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개설한 유튜브 채널 ‘눈으로 쓰는 근육병 일상’에서 “수업에 동행했던 활동지원사께서 밤늦게까지 같이 고생했다”고 떠올리기도 했다.

그는 “지원사께서 7시간 동안 나 때문에 앉아서 수업 내용을 책과 노트에 옮겨 주고, 책장을 넘겨주느라 고생을 정말 많이 하셨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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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광주대학교에 따르면 장익선(37)씨는 최근 2024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광주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석사 학위와 학술상을 받았다. 사진은 장씨가 안구 마우스를 활용해 학업 중인 모습. 유튜브 채널 ‘눈으로 쓰는 근육병 일상’ 캡처
23일 광주대학교에 따르면 장익선(37)씨는 최근 2024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광주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석사 학위와 학술상을 받았다. 사진은 장씨가 안구 마우스를 활용해 학업 중인 모습. 유튜브 채널 ‘눈으로 쓰는 근육병 일상’ 캡처


본인의 의지와 주변 도움으로 학업을 이어간 장씨는 논문 작성에도 도전했다.

장씨는 “근육장애인의 경우 중고등교육 과정도 채 마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노력한 부분도 있지만 운이 따랐고 대학원 공부까지 할 형편이 됐다. 부모님께서 적극적으로 학업을 지원해주셨다. 다른 환우들을 대표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논문을 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수업도 벅찼던 장씨지만 근육장애인의 애환을 알리겠다는 사명감 하나로 안구 마우스를 활용, 눈을 깜빡이며 한 글자씩 써 내려가는 고된 논문 작업을 거쳤다.

논문은 근육장애인의 생명권 운동 연구에 초점을 맞췄다.

장씨는 “홀로 있던 근육장애인이 활동보조인 퇴근 후 보호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인공호흡기 이상으로 의식불명에 빠지거나 사망하는 사고가 잦다. 우리에게 활동지원은 곧 생명권인데, 하루 지원 시간이 6시간에 불과해 벌어지는 일”이라고 주제 선정 배경을 밝혔다.

또 “우리 같은 근육장애인은 드러나지 않고 숨겨져 있던, 보이지 않던 존재들”이라며 “근육장애인을 세상 밖으로, 음지가 아닌 양지로 끌어내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전했다.

마침내 논문을 마친 장씨는 지난 21일 교내 별도 장소에서 열린 ‘찾아가는 졸업식’을 통해 학위를 전달받았다.

이 자리에서 장씨는 “포기하지 않는 한 실패는 패배가 아니다”며 “우리 모두에게 기회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김동진 광주대 총장은 “위기를 극복하고 능동적이고 도전적인 자세로 끊임없는 성장을 거듭해 영예롭게 학위를 받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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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광주대학교에 따르면 장익선(37) 씨는 지난 21일 열린 2024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광주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석사 학위와 학술상을 받았다. 사진은 21일 김동진 광주대 총장이 교내 별도의 장소에서 ‘찾아가는 졸업식’을 열어 장 씨에게 학위를 전달하는 모습. 2025.2.23 광주대 제공
23일 광주대학교에 따르면 장익선(37) 씨는 지난 21일 열린 2024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광주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석사 학위와 학술상을 받았다. 사진은 21일 김동진 광주대 총장이 교내 별도의 장소에서 ‘찾아가는 졸업식’을 열어 장 씨에게 학위를 전달하는 모습. 2025.2.23 광주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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