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라면·장학금… 나눔, 코로나보다 빨리 퍼집니다

마스크·라면·장학금… 나눔, 코로나보다 빨리 퍼집니다

남인우 기자
남인우 기자
입력 2020-12-22 20:52
업데이트 2020-12-23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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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 얼굴 없는 천사, 마스크 1만장 기부
“취약계층에 전해 달라” 말 남기고 사라져
인천서는 라면·즉석밥 19상자 몰래 선행
부산대 만학도, 후배 위해 1000만원 기탁
제천, 코로나 성금 3억 모금… 10억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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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남성이 인천 부평구 청천2동 행정복지센터에 놓고 간 마스크 1만장.  부평구 제공
지난 21일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남성이 인천 부평구 청천2동 행정복지센터에 놓고 간 마스크 1만장.
부평구 제공
한파가 몰아친 지난 21일 오후 인천 부평구 청천2동 행정복지센터.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 1명이 커다란 상자 5개를 손수레에 싣고 나타났다. 마스크 1만장이었다. 이 남성은 “코로나19 취약계층을 위해 써 달라”는 말만 남기고 서둘러 나갔다. 감사하다는 말조차 건네지 못한 직원들이 따라가 이름이라도 알려 달라고 했지만 “청천2동 주민인데 더는 묻지 말아 달라”며 차를 타고 사라졌다.

이름 없는 천사의 깜짝 선행에 청천2동 행정복지센터에는 온종일 온기가 가득했다. 센터 관계자는 “평소에도 이웃들에게 마스크 나눔을 실천했는데 개인이 나눠주는 것에 한계를 느끼고 센터에 기부한 것 같다”며 “코로나로 더욱 힘든 겨울을 보내는 어려운 가정에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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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방경자(오른쪽)씨가 부산대에 장학금 1000만원을 전달한 뒤 차정인 총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대 제공
지난 21일 방경자(오른쪽)씨가 부산대에 장학금 1000만원을 전달한 뒤 차정인 총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대 제공
기나긴 코로나 시련 속에서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의 나눔이 이어져 훈훈함을 주고 있다. 부산에서는 60세가 넘어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방경자(71)씨가 21일 부산대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후배들을 위해 1000만원을 내놨다. 졸업 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던 방씨는 남편과 상의해 기탁했다. 장학금은 남편이 작은 사업을 하며 모은 돈이다. 방씨는 “손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할머니가 되고 싶다”며 “형편이 어려운 우수 학생에게 장학금을 써 달라”고 전했다.

18일 오전 인천 동구 화수1·화평동 행정복지센터 앞에는 누군가 라면 17상자와 즉석밥 2상자를 놓고 갔다. 상자 하나에 “배고프고 힘드신 분이 많아서 빠르게 전달되기를 부탁드립니다”라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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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희(왼쪽) 진보건설 대표가 22일 충북 제천시청에 코로나19 극복 성금 1000만원을 전달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천시 제공
이숙희(왼쪽) 진보건설 대표가 22일 충북 제천시청에 코로나19 극복 성금 1000만원을 전달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천시 제공
자치단체와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15일부터 코로나 고통 분담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는 충북 제천시는 22일 현재 3억원을 모았다. 이를 처음 제안한 이상천 제천시장이 두 달치 월급 1216만원을 내놓자 동참이 잇따르고 있다. 시청 직원 1201명이 6100여만원을 기탁했고, 제천산업단지 내 최대 기업인 일진글로벌이 5000만원을 쾌척했다. 제약회사인 휴온스는 1억원을 내놓겠다는 뜻을 전해 왔다. 제천시는 다음달 16일까지 10억원을 모금할 계획이다. 성금은 코로나 취약계층을 위해 사용된다. 시 관계자는 “지난 8월 폭우 때도 9억 8000여만원을 모금해 수해민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며 “이번 모금도 코로나를 극복하는 불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 청주시 오송에 공장이 있는 SD바이오센서는 이날 도에 1만명분 1억원 상당의 코로나 신속항원검사 진단키트를 기탁했다. 도는 이를 고위험시설 종사자들 검사에 사용하기로 했다.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2020-12-2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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