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신촌도 ‘죽은 거리’… “지원금 주면 뭐하나, 밖에 안 나오는데”

홍대·신촌도 ‘죽은 거리’… “지원금 주면 뭐하나, 밖에 안 나오는데”

황비웅 기자
황비웅, 문경근, 이민영, 윤수경 기자
입력 2020-05-14 22:24
업데이트 2020-05-15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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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방역 소홀에 상인들 ‘부글부글’

하루 유동인구 24만여명 홍대, 인적 끊겨
“아무 조치도 안 한 서울시가 원망스러워”

황금연휴 전파 우려에도 별도 대책 없어
市 “수시 방역 필요… 각 업소에 맡겼던 것”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민센터 옆 공영주차장에 설치된 워크스루 방식 선별진료소에서 한 외국인이 발열검사를 받고 있다. 지난 8일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이 확산하면서 용산구 선별진료소에는 11일 492명, 12일 726명, 13일 768명 등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받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민센터 옆 공영주차장에 설치된 워크스루 방식 선별진료소에서 한 외국인이 발열검사를 받고 있다. 지난 8일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이 확산하면서 용산구 선별진료소에는 11일 492명, 12일 726명, 13일 768명 등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받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점심 장사를 포기할 수 없어 가게를 열었는데 손님이 없습니다. 연휴 기간 전국에서 몰려오는 관광객에 대응하려고 과할 정도로 방역 조치를 취했는 데 아무것도 안 한 서울시가 원망스럽습니다.”

14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 인근 거리는 점심시간이 임박한 시간에도 사람의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이 썰렁했다. 홍대 인근 주점에서 코로나19 관련 5명의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에 적막감만 흘렀다. 홍대 인근에서 2년째 장사 중인 냉면 전문점 사장 박모(38)씨는 “현재의 상황이 ‘6·25 이후 최악’이라는 표현이 언론에서 나오던데 그 말을 실감하는 시기”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홍대 바로 앞에서 덮밥집을 운영하는 장모(42)씨도 “소비 진작으로 상인들 살려 준다고 재난지원금을 주면 뭘하느냐. 방역을 제대로 못해 전염병이 퍼지는데 사람들이 바깥으로 나와 돈을 쓰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이날 서울 마포구 서교동 근처 홍대앞 상가 거리는 평일 점심시간임에도 방문자가 없어 썰렁했다. 앞서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인 지난 2월 상가정보연구소가 SK텔레콤 빅데이터 서비스 플랫폼 지오비전 통계를 이용해 분석한 기준에 따르면 홍대 상권의 일평균 유동인구는 24만 4045명이었으나 확진자 발생 소식 이후 인적을 찾을 수 없다.

상인들은 코로나19 집단감염 사례가 서울을 중심으로 확산하자 망연자실하는 분위기다. 용산구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던 코로나19 확진환자가 서대문구 신촌 감성주점 다모토리5에 방문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신촌은 말 그대로 ‘죽은 거리’가 됐다. 신촌에서 3년간 맥줏집을 운영 중인 오모(42)씨는 “연중무휴로 운영하던 한 프랜차이즈 횟집이 아예 이달 한 달간 휴업을 한다고 써 붙였다”고 했다.

코로나19를 확산시킨 클럽이 있는 이태원은 물론 명동, 압구정 일대 상가 모두 상황은 마찬가지다.

상인들의 원망처럼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서울시가 지난 4월 말부터 시작된 황금연휴 기간에 ‘보복관광’이란 말이 나올 만큼 사람들이 그동안 미뤄둔 외출에 대거 나설 것으로 우려됐는데도 별도의 방역에 신경 쓰지 않은 탓이 크다. 전국 각 지자체들이 황금연휴 기간 동안 방역 강화에 주력했지만, 서울시는 지난달 20일부터 지역 내 2154개 유흥업소(룸살롱, 클럽, 콜라텍)에 대한 집합금지명령을 해제한 뒤 별도의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이후 클럽과 주점들을 중심으로 ‘조용한 전파’가 일어나 피해가 일파만파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방역은 수시로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생활 방역 전환 이후 각 기관이나 업소에 맡겼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원 클럽 9곳뿐 아니라 신촌과 홍대 주점에서도 연달아 확진환자가 속출하면서 관련 구청들은 선별진료소로 몰리는 검체 검사 방문자들을 관리하느라 초주검 상태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직원들이 총동원됐지만 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2020-05-1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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