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게 ‘몰래 선물’ 안겨준 주인공들
서울 휘경파출소 휘경2치안센터에 선물과 편지를 몰래 두고 간 대학생들은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어서 선물했는데 우리가 오히려 행복을 선물 받았다”며 웃었다. 왼쪽부터 신진영·문지효·안정현씨.
7일 오후 서울 동대문경찰서 휘경파출소 2치안센터에서 만난 ‘몰래 선물’의 주인공 삼육보건대 학생 신진영(21), 문지효(21), 안정현(20), 김지성(23·남), 김지선(20)씨 등은 “작은 선물이 저희에게 크게 돌아와서 감사하고 송구하다”며 외려 고개를 숙였다. 이들은 그동안 네 차례에 걸쳐 치안센터 앞에 선물이 든 쇼핑백을 몰래 두고 가 ‘이름 없는 천사’로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이들의 ‘선물 전하기’는 교양과목인 ‘행복학’ 수업이 계기가 됐다. 수업에서 ‘자신의 행복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기’라는 과제가 제시됐고, 학생들은 행복을 나눠가질 대상으로 경찰관을 떠올렸다고 했다.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늦은 밤 귀갓길이 두려웠는데 동네 주변을 수시로 순찰하는 경찰관들의 노고 덕분에 그나마 안심하고 다닐 수 있었다는 공감대를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신씨는 “수업이 늦게 끝나 집에 들어갈 때, 동네 주변에 순찰하는 경찰관 덕분에 안심한 적이 많다”고 말했다. 문씨도 “우리 대학 주변을 아침 저녁으로 순찰하는 모습을 항상 지켜봤다. 아르바이트가 끝난 후 집에 늦게 들어가는 일이 많은데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휘경파출소에 찾아온 ‘몰래 선물’
지난달 말부터 서울 동대문경찰서 휘경파출소 2치안센터에 ‘이름 없는 천사’의 쇼핑백 선물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쇼핑백 안에는 핫팩, 음료수, 과자, 편지 등이 들어 있었다.
휘경파출소에 찾아온 ‘몰래 선물’
지난달 말부터 서울 동대문경찰서 휘경파출소 2치안센터에 ‘이름 없는 천사’의 쇼핑백 선물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쇼핑백 안에는 핫팩, 음료수, 과자, 편지 등이 들어 있었다.
이 센터장은 고마운 마음에 폐쇄회로(CC)TV를 찾아봤고, 대학생들이 ‘몰래 선물’의 주인공인 것을 알게 됐다. 그는 학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천사같이 마음씨 고운 학생, 고된 경찰업무에 핫팩과 음료수로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따뜻한 겨울이 될 것 같습니다’라는 문구를 치안센터 벽에 붙였다.
대학생들과 경찰관들의 이 훈훈한 미담은 그러나 작지만 치명적인 난관(?)에 맞닥뜨려야 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때문에 정작 선물을 받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경찰들은 치안센터 한켠에 선물을 두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그러다가 7일에도 몰래 선물을 두고 가려던 대학생들과 마주치게 됐다. ‘이름 없는 천사’들을 적발(?)한 이 경위는 환한 얼굴로 학생들에게 감사의 뜻을 밝혔다. 그리고는 기쁜 마음으로 학생들의 뜻을 받겠다고 전하고, 선물은 학생들에게 돌려줬다.
선물 주인공들과 기념사진 ‘찰칵’
대학생 신진영(왼쪽 두번째)·문지효(세번째)·안정현(네번째)씨가 이들로부터 응원 메시지가 담긴 편지와 선물을 받은 서울 휘경파출소 휘경2치안센터 직원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글·사진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