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왜 뻥뻥 뚫리나 했더니…머리는 큰데 손발 없는 방역조직

AI 왜 뻥뻥 뚫리나 했더니…머리는 큰데 손발 없는 방역조직

입력 2016-12-06 10:29
업데이트 2016-12-0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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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직 공무원 중앙 300명 포진, 지자체는 태부족…25곳은 전문인력 아예 없어AI 뚫린 철원·괴산도 방역관 전무…“인력 없는 현장에 지시만 쏟아내는 기형구조”

조류 인플루엔자(AI)의 무서운 확산세에 맞서 연일 방역 전쟁을 치르는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이 전문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지자체 소속 방역 전문인력이 1∼2명에 그쳐 전문적이고 효과적인 방역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심지어 방역 전문인력이 아예 없는 지자체도 전국에 20곳 이상이나 돼 체계적인 방역을 기대하기 어렵다.

구제역이나 AI 등 가축 질병이 극성을 부릴 때마다 매번 방역 전문인력 확충을 요구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컸지만 수년째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AI를 잡아야 하는 현장에는 정작 사람이 없는데 중앙에 과도하게 배치된 방역 전문인력 체계를 문제 삼으며 방역 조직의 전면적인 재점검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가축 질병 관련 국내 방역조직은 크게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주축이 된 중앙 방역기관과 일선 지자체 산하 지방 방역기관으로 구분된다.

이들 방역기관에는 방역 업무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수의사 자격증을 소지한 수의직 공무원을 두고 있다.

농식품부의 경우 산하 수의직 공무원은 300여명에 이른다.

반면 가축방역관이라고 부르는 일선 지자체의 수의직 공무원은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6일 일선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의 가축방역관은 270명 안팎으로 1곳당 1.2명 수준이다.

특히 강원 11곳, 경북 6곳, 울산 3곳, 경기 3곳, 충북 2곳 등 전국 25개 기초자치단체는 가축방역관이 아예 없다.

농식품부 적정 기준대로라면 1곳당 최소 2명 이상의 가축방역관은 있어야 하지만 이를 충족하는 지자체는 50곳도 안 된다.

경기도 최대 축산도시인 안성과 이천 역시 구제역이나 AI 사태가 불거질 때마다 방역 업무가 쏟아지는 곳인데 가축방역관은 각 1명뿐이다.

강원도 내 18개 시·군 중 가축방역관이 있는 곳은 춘천, 원주, 강릉, 홍천, 횡성, 정선, 화천 등 7곳에 불과하다.

지난 4일 한 산란계 농장의 H5N6형 고병원성 AI 감염이 확진된 철원군 역시 가축방역관이 없어 행정직이나 축산직 공무원이 방역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

충북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충북도 내 11개 시·군 중 청주·충주·제천·영동만 가축방역관이 2명으로 농식품부 적정 기준을 충족한다.

나머지 보은·옥천·진천·음성·증평은 각 1명, 괴산·단양은 없다.

괴산은 지난달 30일 AI 의심 신고가 접수된 소수면 수리의 한 종오리 사육농가가 고병원성 확진 판정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오지는 가축방역관을 구하고 싶어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본연의 방역 업무 외에도 중성화 작업 등 추가 부담하는 축산 행정이 상당한 데다 오지다 보니 기피 현상이 두드러진다.

울릉·봉화·청도·영덕·명암·청송 등 6개 시·군에 가축방역관이 없는 경북도의 한 관계자는 “오지는 수의직 공무원을 뽑아도 지원자가 없거나 운 좋게 뽑아도 이직률이 매우 높다”며 “처우 개선 등 대책이 없으면 전문인력 공백이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일선 지자체의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 위한 궁여지책이 있기는 하다. 복무 대체 인력인 ‘공중 방역 수의사’다.

하지만 공중 방역 수의사 역시 지자체당 1∼2명에 불과한 데다 업무의 연속성이나 능숙도가 떨어져 가축방역관 역할을 기대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인력이 넉넉한 중앙 방역기관에 대한 일선 지자체의 불만이 적지않다.

가축 질병이 생길 때마다 방역조직 확대 및 인력 충원 얘기가 나오면 항상 중앙만 우선시 된다는 게 지자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자체의 방역 업무는 중앙 방역기관과는 강도와 업무량 면에서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가축 전염병이라도 발생하면 현장에는 사람이 없는데 중앙 방역기관은 실상도 모른 채 지시만 쏟아내는 ‘갑질’도 많아 최악의 기피 부서로 낙인 찍히면서 인력 채우기가 쉽지 않다”고 푸념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방역은 무엇보다 현장 실무가 중요하다”며 “지자체 가축방역관의 처우를 개선하고, 중앙과 지방 방역 인력 배치를 재점검해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지금보다 나은 방역 환경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농식품부 산하 수의직 공무원 중 검역 업무 등을 제외하면 실제 방역 업무 인력은 100여명 정도”라며 “여기에 총괄·역학·진단·통계·현장 지원 등 실제 업무를 쪼개보면 중앙 역시 인력이 넉넉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지방 방역 전문인력이 부족해 가축 질병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매번 충원 요구를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답답한데조속히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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