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한의사도 ‘뇌파계’로 파킨슨병·치매 진단 가능”

법원 “한의사도 ‘뇌파계’로 파킨슨병·치매 진단 가능”

입력 2016-08-26 07:02
업데이트 2016-08-26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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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보편화해 허용 필요”…면허정지 한의사, 취소소송 승소

한의사도 현대의료기기인 ‘뇌파계’를 사용해 파킨슨병과 치매를 진단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2부(이균용 부장판사)는 한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한의사 면허자격 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면허정지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2010년 9∼12월 자신이 운영하던 서울 서초구의 한의원에서 뇌파계를 파킨슨병과 치매 진단에 사용한 사실이 알려져 복지부로부터 2012년 4월 면허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다.

뇌파계는 뇌파(대뇌 피질에서 발생하는 전압파)를 검출해 증폭·기록하는 의료기기다. 뇌종양·간질 등을 진단하거나 뇌를 연구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

복지부 처분에 불복해 A씨가 낸 재결신청에서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면허정지 기간을 절반으로 감경해주면서도 뇌파계 사용이 면허정지 대상이라는 기존 판단을 유지했다. 결국, A씨는 2013년 3월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에선 뇌파계 사용이 한의사 면허정지 대상인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의료법 제27조 1항에 따르면 의료인이라도 면허로 허용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같은 법 제66조 1항에 따라 자격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A씨는 “뇌파계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로서 잠재적 위험성이 낮은 ‘위해도 2등급’에 속하는데, 이는 일반인도 쓸 수 있는 다기능 전자 혈압계나 귀 적외선 체온계와 같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1심은 “뇌파계를 파킨슨병이나 치매 진단에 사용한 것은 한방의료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복지부의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의사 국가시험에서도 뇌파검사 능력 평가는 필기시험만 이뤄질 뿐 임상경력이 요구되지 않는 점에 비춰볼 때 한의사도 환자 상태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지표로 충분히 뇌파계를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뇌파계는 두피에 전극을 부착해 뇌의 전기적인 활동 신호를 기록하는 장치로, 사용만으로 인체에 미치는 위험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의료기기 관련 법령에서도 뇌파계 판매 대상을 (한의사가 아닌) 의사로 제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의료기기가 계속 발전하고 사용도 보편화하는 추세”라며 “용도·원리가 한의학적 원리와 접목된 의료기기는 (한의학에도)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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