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 노예’ 가해자 농장주 부부, 처벌 수위는

‘축사 노예’ 가해자 농장주 부부, 처벌 수위는

입력 2016-07-23 14:36
업데이트 2016-07-2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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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무임금’ 시인…경찰, 타인 명의 병원 진료 기록 확보
피해자 “주인한테 맞았다” 진술에도 혐의 부인…수사 난항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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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강제노역 지적장애인이 생활한 농장 축사의 모습
19년 강제노역 지적장애인이 생활한 농장 축사의 모습 지적장애인 고모(47)씨가 1997년부터 19년간 강제노역한 것으로 알려진 오후 청주 청원구 오창읍의 한 축사의 모습.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22일 고씨를 강제노역시킨 남편 김모(68), 아내 오모(62)씨 부부를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19년간 지적 장애인에게 무임금 강제노역을 시킨 농장주 부부가 정식 입건되면서 경찰의 처벌 수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의 폭행 등 학대 여부가 사건의 핵심이지만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증거여서 경찰의 혐의 입증에는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

청주 청원경찰서는 지난 22일 고모씨(47·지적 장애 2급)에게 19년간 무임금 강제노역을 시킨 혐의로 김모(68)씨와 오모(62)씨 부부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일을 시키고 임금을 주지 않은 근로기준법 위반, 노역을 강요하고 학대를 가한 장애인복지법 위반, 고씨가 다른 사람 이름으로 병원 치료받게 한 국민건강보헙법 위반 등 3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전날 진행한 피의자 소환 조사에서 변호사까지 대동한 이들은 고씨에게 19년간 단 한 번도 임금을 주지 않은 사실을 순순히 시인했다.

반면 “고씨를 굶기거나 때린 적은 없다”며 학대 사실은 완강히 부인했다.

앞서 경찰은 의료기관 정밀검사를 통해 고씨 머리와 등에 난 상처가 ‘외력’에 의한 것임을 알아냈다.

고씨는 지난 15일과 19일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 피해자 조사에서 김씨 부부로부터 폭행당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히 고씨는 주인에게 맞았느냐는 질문에 “예”라고 하고, 누구에게 맞았느냐는 질문에는 “아줌마”라며 비교적 분명한 어조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가 지적 장애인이라는 점에서 그의 진술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김씨 부부의 학대가 있었던 게 아닌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상당한 중죄에 해당한다.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의 신체에 폭행을 가할 사람에게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상해로 인정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의 강도가 더욱 세진다.

물론 자신이 돌보는 장애인의 정신건강이나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만으로도 장애인복지법상 처벌이 가능하다.

경찰은 다만 처벌 수위에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만큼 향후 보강수사를 통해 폭행 등 보다 구체적인 학대 행위를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학대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를 확보한다면 김씨 부부에 대한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로써는 맞았다는 고씨의 진술 외에는 명확한 정황 증거가 없어 처벌 수위를 정해야 하는 경찰의 어깨가 무겁다.

경찰 관계자는 “마을 주민 증언, 축사 내 CCTV 영상, 의료기관 검진 결과 등 여러 자료를 분석 중이지만 학대를 단정 지을 증거는 찾지 못했다”며 “다만 피해자인 고씨의 진술이 일관된 만큼 폭행 혐의 입증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 부부의 국민건강보험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서는 2005년 1월 고씨가 청주의료원에서 타인 명의로 입원 치료한 기록을 확보했지만 공소시효가 이미 지난 상태여서 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경찰은 전망했다.

고씨는 19년 전인 1997년 여름 천안 양돈농장에서 일하다 행방불명된 뒤 소 중개인의 손에 이끌려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 있는 김씨 부부의 농장으로 오게 됐다.

이곳에서 고씨는 2평 남짓한 축사 창고 옆 쪽방에서 생활하며 소 축사를 관리하는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김씨 부부로부터 19년간 단 한 푼의 임금도 받지 못한 고씨는 지난 1일 밤 축사를 뛰쳐나왔다가 경찰에 발견돼 가족 품에 돌아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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