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축사노예’ 의료검진…“신체적 학대 여부 조사”

경찰, ‘축사노예’ 의료검진…“신체적 학대 여부 조사”

입력 2016-07-20 09:24
업데이트 2016-07-2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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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치료 병행…피해자 고씨와 축사 방문, 현장조사도

19년간 강제노역에 시달렸던 지적장애인 ‘만득이’ 고모(47)씨에 대해 경찰이 20일 정밀 의료검진에 나선다.

농장주 김모(68)씨 부부에게 매를 맞았다는 고씨 진술에 따라 그의 몸 곳곳에 난 상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서다.

청주 청원경찰서는 20일 “피해자의 몸에 난 상처가 가혹 행위에 의한 것인지 가리기 위해 오늘 청주 모 의료기관에서 정밀검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고씨의 다리에는 김씨 축사에서 일하던 중 농기계를 다루다가 다쳐 10㎝가량 봉합한 수술 자국이 남아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고씨가 정확한 수술 시기와 의료기관을 인지하지 못해 경찰은 보험 관리공단에 진료기록을 의뢰한 상태다.

본인 이름과 나이조차 잊고 지낸 고씨가 의료보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했을 것으로 보임에 따라 경찰은 다른 사람 명의로 치료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고씨의 등을 비롯해 몸 곳곳에서 발견된 크고 작은 상처 역시 이날 정밀검진을 통해 확인한다.

이 상처와 관련 고씨는 “맞아서 생긴 상처냐”는 마을 사람들에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19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고씨를 만난 한 친척은 고씨가 하지정맥류 증세가 있다고 주장했다. 행방불명되기 전에는 없었던 증세로 김씨 농장에서 일하면서 얻게 된 질환일 것으로 그는 추정했다. 경찰은 이 부분도 확인하기로 했다.

경찰은 이어 고씨에 대한 심리 상담 치료를 하고 고씨와 함께 김씨 축사를 방문해 이곳에서 머물던 상황을 구체적으로 짚어볼 예정이다.

고씨는 하루 전인 지난 19일 경찰의 피해조사를 다시 받았다. 집에 돌아온 뒤 가족과 주민의 보살핌 속에 안정을 되찾은 그는 집에서 이뤄진 3시간가량 조사에서 나흘 전 첫 조사 때와는 달리 비교적 분명하게 자신의 피해 상황을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고씨가 진술한 구체적인 피해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고씨가 과거 일했던 천안의 한 양돈농장 관계자를 찾아가 고씨가 행방불명됐던 당시 상황을 조사하기도 했다.

이 농장에서 일하던 고씨가 홀연히 사라진 뒤 소 중개인에 이끌려 오창 김씨 농장에 오게 된 경위가 석연치 않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다.

고씨가 자발적으로 양돈농장을 나온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 유인돼 김씨 농장으로 갔을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이 농장 관계자는 “고씨가 갑자기 사라져 가족에게는 알렸지만, 경찰에는 신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조만간 고씨를 강제노역시킨 농장주 김씨 부부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뒤 입건할 방침이다.

고씨는 19년 전인 1997년 천안 양돈농장에서 일하다 행방불명된 뒤 소 중개인의 손에 이끌려 김씨의 농장에 와 축사 창고에 딸린 쪽방에서 생활하며 작년까지 소 100마리가량을 기르는 강제노역을 했다.

그는 지난 1일 밤 축사를 뛰쳐나왔다가 경찰에 발견돼 가족 품에 돌아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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