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축사노예 만득이’ 재조사…“심리 호전돼 대화 가능”

경찰 ‘축사노예 만득이’ 재조사…“심리 호전돼 대화 가능”

입력 2016-07-19 09:06
업데이트 2016-07-1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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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환경 불안해 하는 심리상태 고려, 자택서 진행

19년간 강제노역에 시달렸던 지적장애인 ‘만득이’ 고모(47)씨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19일 피해자 고씨를 상대로 부당 노동행위와 가혹 행위 등 피해를 재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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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축사 강제노역’ 지적 장애인이 생활한 쪽방
’12년 축사 강제노역’ 지적 장애인이 생활한 쪽방 14일 오후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의 한 축사 창고에 딸린 쪽방. 이곳에서 지적 장애인이 12년간 생활하면서 무임금으로 일한 것으로 알려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016.7.14
연합뉴스
청주 청원경찰서는 “어제(18일) 병원에서 고씨의 언어 구사력이나 논리적 전개 능력을 점검한 결과 대화가 가능하다는 소견을 받았다”며 “범죄피해전담관이 면담한 결과 심리도 상당히 호전된 것으로 확인, 재조사에 나섰다”고 말했다.

고씨가 어머니(77)와 만난 뒤 어느 정도 심리적인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판단한 경찰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주거지에서 친인척과 사회복지사, 전문가 등이 입회한 상태에서 조사중이다.

경찰은 고씨가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날 재조사를 그가 머무는 자택에서 진행중이다.

불안과 대인기피 증세를 보이는 고씨가 편안한 상태에서 자유롭게 자신이 겪었던 피해를 진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경찰 관계자는 “편안한 환경에서 조사가 이뤄지면 첫 번째 조사 때보다 자연스럽게 진술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혹 행위를 당했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파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에는 피해자 몸에 있는 상처가 농장주인 김모(68)씨 부부의 가혹행위와 연관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전날에는 보건복지부와 청주시, 복지부 위탁 기관인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 관계자 6명이 고씨 집을 방문, 고씨와 어머니, 누나(51) 등 세명 모두 지적 장애인 고씨 가정 지원 방안을 검토했다.

고씨에 대한 피해자 조사는 나흘 만에 다시 이뤄지는 것이다.

경찰은 지난 15일에도 2시간가량 고씨을 상대로 첫 조사를 벌였지만 낯선 환경에 불안해 하고, 대인 기피증을 보이며 경찰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해 조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고씨는 ‘(농장에서) 맞았다’거나 ‘소똥을 치우는 농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진술했지만, 구체적인 피해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경찰은 천안 양돈농장에서 일하던 고씨가 19년 전 실종된 뒤 청주시 오창읍 김모(68)씨 농장에 오게 된 과정이 석연치 않은 점에 대해서도 철저히 확인할 계획이다.

경찰은 고씨의 피해 조사가 끝나는 대로 그를 강제노역시킨 농장주 김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해 입건할 방침이다.

고씨는 19년 전인 1997년 천안 양돈농장에서 일하다 행방불명된 뒤 소 중개인의 손에 이끌려 김씨의 농장에 와 축사 창고에 딸린 쪽방에서 생활하며 소 40~100 마리를 관리하는 강제노역을 했다.

그는 지난 1일 밤 축사를 뛰쳐나왔다가 경찰에 발견돼 어머니, 누나와 극적으로 재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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