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경찰에 나포된 중국어선 올라보니…‘무법천지’

민정경찰에 나포된 중국어선 올라보니…‘무법천지’

입력 2016-06-15 13:29
업데이트 2016-06-15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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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넘는 고령선…썩은 냄새에 부서질 듯 ‘삐걱’

한강 하구 중립수역에서 민정경찰에 나포된 중국 어선은 배 구석구속에서 불법조업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15일 인천해양경비안전서 전용부두로 인계된 35t급 중국어선 2척은 낡고 칠이 벗겨져 금방이라도 침몰할 듯 위태로워 보였다.

목선 외부에는 나무가 낡아 바스러지는 것을 막으려고 철판을 덧댄 곳이 여러 군데 눈에 띄었다.

어선 앞부분에 적혀 있던 선박 이름과 번호 등은 지워져 쉬이 소속을 파악할 수 없었다. 선상 앞뒤로 설치된 가로 50㎝, 세로 30㎝ 크기의 ‘오성홍기(五星紅旗)’만이 중국 배임을 알렸다.

선상에 오르니 생선 썩은 냄새 등 악취가 진동하고 여기저기 어구들이 뭉텅이로 흐트러져 있었다.

일부 어망에는 진흙이 고스란히 묻어 있어 최근까지 조업한 듯 보였다.

조타실 창문은 불법조업 단속에 나서는 해경의 진입을 막으려고 설치한 녹슨 쇠창살이 나포 당시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했다.

조타실 위에는 비닐 테이프로 휘감은 박스 5∼6개가 쌓여 있었다. 박스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번호가 적혀 있었다.

해경 관계자는 “상자의 주인이나 개수를 표시한 것으로 추정한다. 정확한 용도는 조사가 이뤄져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상자가 스티로폼으로 된 점으로 미뤄 얼음이나 포획한 어류를 보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나무판을 이어붙여 설치한 어선 바닥은 바닷물을 머금은 채 바스러져 곳곳에 틈이 벌어졌다. 일부는 쇠못까지 빠져서 너덜대며 발걸음을 뗄 때마다 ‘삐걱’ 소리를 냈다.

조타실 등 내부에는 가스통, 가스버너, 냄비, 고무장화, 의류 등 온갖 집기들이 뒤섞여 널브러져 있었다.

곳곳에 쌓인 음식물 찌꺼기들은 중국 선원들이 장기간 음식을 해 먹으며 조업했음을 보여줬다.

선원들은 해경 초기 조사에서 “4월 초 출항한 이후 계속 중국해역에서 조업하다가 6월 초에 한강 쪽으로 넘어왔다”고 진술했지만 해경은 2개월간 우리 영해에서 불법조업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어선 내부에서는 비닐 포장을 뜯지 않은 중국산 맥주 9병도 발견됐다.

해경 관계자는 “중국어선들은 대부분 선령이 20∼30년된 노후 목선”이라며 “선박의 용도에 따라 선령을 규제하고 선박 시설과 장비에 대한 안전점검을 필수적으로하는 우리와 달리 중국은 별다른 규제가 없다. 중국선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조업에 나서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갑판에는 해경이 중국선원들로부터 압수한 조개 15㎏과 꽃게 10㎏이 공매 처리를 앞두고 수협 중매인을 기다렸다.

중국선원들이 상품가치를 높게 유지하려고 꽃게 집게다리에는 모두 분홍색 고무줄이 묶여 고정돼 있었다.

현장에 도착한 중매인은 꽃게를 살펴본 뒤 알을 밴 꽃게가 20여마리가 넘자 “이 알들이 수천마리의 꽃게가 될 텐데…”라고 말을 흐리며 모두 바다로 돌려보냈다.

꽃게의 산란기는 5∼10월이며 2년생 한 마리의 산란 수는 2만400여개에 달한다.

중국어선 2척은 전날 오후 7시 10분께 인천 강화군 교동도 인근 한강 하구에서 불법조업을 하다가 우리 민정경찰에 나포됐으며 중국선원 14명은 이날 인천해양경비안전서로 압송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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