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피살여성 추모 현장서 ‘남혐 vs 여혐’ 설전

강남 피살여성 추모 현장서 ‘남혐 vs 여혐’ 설전

입력 2016-05-22 17:36
업데이트 2016-05-2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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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10번 출구에 ‘포스트잇 추모’ 계속

강남역 인근 주점 화장실에서 피살된 20대 여성에 대한 ‘포스트잇(메모지) 추모’가 시작된 강남역 주변에서 이번 사태를 남성, 혹은 여성 혐오와 연관시키는 사람들이 시위를 하거나 서로 설전을 벌이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요일인 22일 오후 추모의 글귀가 적힌 포스트잇 수천장이 빽빽히 붙여진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는 “남성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에 항의한다”는 남녀 10여명이 모여 시위를 했다.

이들은 추모를 위해 모인 수십명의 남녀들과 언쟁이 붙었고, 언쟁은 곧 서로를 향한 욕설과 비방으로 이어졌다.

시위 참가자들은 “이번 사건의 피해자를 남성을 공격하기 위한 선전 도구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런 식으로 남녀를 편가르기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일부 시민들은 “추모의 현장에서 이런 식으로 시위하는 것이야 말로 여성에 대한 불만을 조장하기 위한 선전의 일환”이라며 “우리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여성 혐오의 분위기와 강력 범죄 피해자가 주로 여성인 것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려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갈등이 심화되자 경찰은 병력을 투입해 이들을 갈라놓는 한편 미신고 집회를 이어갈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일부 시위자들은 1인 시위 형태로 시위를 이어가기 위해 흩어졌으나 나머지는 여전히 경찰을 사이에 두고 서로에 대한 비방을 이어갔다.

이번 사태를 처음에는 지켜보기만 하던 이들도 삼삼오오 모여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여러 곳에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논쟁에 참여하지 않은 시민은 강남역 10번 출구 옆에 마련된 벽에 추모의 글이 적힌 포스트잇을 붙이거나 꽃을 놓아두며 조용히 피해자의 죽음을 애도했다.

갈등이 몸싸움으로 번질 것 같은 기미가 있으면 양쪽을 말리며 큰 충돌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도 했다.

쪽지에는 고인에 대한 추모와 더불어 주로 물리적인 약자인 여성이 강력범죄에 노출되는 현실을 비판하는 글들이 많았다. 어린아이와 외국인들도 추모에 동참했다.

‘포스트잇 추모’는 강남역을 넘어 대전·울산·부산 등 곳곳으로 퍼져 형형색색의 포스트잇 추모 물결을 만들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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