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발로 ‘호랑이굴’ 들어온 112 허위신고男

제 발로 ‘호랑이굴’ 들어온 112 허위신고男

입력 2015-02-05 12:04
업데이트 2015-02-0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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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하는지 보려고’ 파출소 찾아왔다가 덜미

지난 2일 오후 11시 30분께 112상황실로 ‘3명이 칼을 들고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급박한 신고가 들어왔다.

이 신고는 중랑경찰서로 연결됐고 곧 경찰관 20여명과 경찰차 8대가 긴급출동했다.

그러나 신고자가 알려온 사건 현장을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출동한 경찰들이 사건 현장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헤매고 있을 무렵 면목 본동 파출소 앞에 40대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만취 상태였던 정모(44)씨는 소수의 경찰관만이 파출소를 지키고 있는 것을 확인한 후 안으로 들어왔다.

정씨는 당시 파출소에서 다른 사건으로 수갑을 차고 있던 사람에게 “말 잘들으면 풀어줄게”라고 말하는 등 엉뚱한 소리를 하면서도 경찰의 무전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당직 경찰관이 “용건이 있으면 날이 밝은 뒤에 다시 오라”고 말하며 파출소에서 나가줄 것을 요청하자 정씨는 욕을 하고 침을 뱉는 등 난동을 부렸다.

이를 보다못한 경찰관은 수갑을 채워 정씨를 소파에 앉혔다.

이때 정씨의 휴대전화가 울렸고 수갑을 찬 상태여서 전화를 받을 수 없었던 정씨는 “가족의 전화이니 받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경찰관이 왼쪽 수갑을 풀어줘 전화를 받을 수 있게 된 정씨는 휴대전화기에 대고 다짜고짜 ‘개XX’, ‘짭새’ 등의 욕설을 해댔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경찰관은 그의 전화기를 빼앗아 들었다. 통화 상대방이 가족이라면 만취한 그를 대신해 현재 상황을 설명해주려던 것이다. 그런데, 수화기 반대편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정씨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강력사건 현장’을 찾아 헤매고 있는 동료 경찰관이었던 것이다.

곧바로 정씨의 전화번호를 확인해 본 경찰관은 정씨가 허위신고를 한 것을 알아챘다.

허위신고를 하고 제 발로 파출소로 걸어들어온 정씨는 그 자리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정씨 때문에 다른 강력사건을 처리해야 할 경찰관들이 30여분간 신고장소를 수색하는 헛수고를 한 것이다.

전과 25범의 파출소 ‘단골손님’ 정씨는 “봐달라”며 “내가 신고를 하면 출동을 하는지 보려고 직접 파출소를 찾아왔다”고 진술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5일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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