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증거자료 제시에도 또 발뺌… 靑 ‘유감 표명 발표’도 부인

러, 증거자료 제시에도 또 발뺌… 靑 ‘유감 표명 발표’도 부인

이주원 기자
입력 2019-07-25 22:34
업데이트 2019-07-26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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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러 ‘러 군용기 영공 침범’ 실무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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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범 인정’ 발언 논란 의식한 듯… 굳은 표정의 러 무관
‘침범 인정’ 발언 논란 의식한 듯… 굳은 표정의 러 무관 니콜라이 마르첸코(왼쪽) 러시아 공군 무관과 세르게이 발라지기토프 해군 무관이 25일 한국 국방부와 러시아의 독도 인근 영공 침입 논란에 대한 실무 협상을 하기 위해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지난 23일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A50)의 한국 영공 침범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한러 실무협의가 25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열렸다. 이날 비공개 협의에서 러시아 측은 침범을 인정하는 발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23일 국방부 청사로 불려와 항의를 들은 니콜라이 마르첸코 주한 러시아대사관 차석 무관(대령급)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마르첸코 무관은 당시 국방부와의 비공개 대화에서 “기기 오작동 때문이었을 뿐 영공을 침범할 의도는 없었다”며 사실상 영공 침범을 인정하는 발언을 한 장본인이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지난 24일 오전 마르첸코 무관의 발언을 공개해 러시아가 영공 침범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같은 날 영공 침범을 부인하는 러시아의 공식 입장이 발표되면서 혼선이 빚어졌다.

마르첸코 무관은 오전 10시 30분쯤 이원익 국방부 국제정책관과 실무협의를 위해 청사로 들어섰다. ‘영공 침범이라고 판단하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회의실로 들어갔다. 23일과 비교하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한국 측이 제시한 자료들에 대해 별다른 언급도 없었다. 자신의 발언으로 논란이 빚어진 것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주한 러시아대사관은 마르첸코 무관의 발언을 공식 부정했다. 주한 러시아대사관은 트위터에 “23일 발생한 러시아 군용기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 측이 공식적으로 ‘기기 오작동’으로 인한 사건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는 윤 수석의 발표와 관련한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한국 영공을 침범한 사실을 확인한 바 없다”며 “철저한 조사 후 공식 입장을 정리해 한국에 전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협의는 1시간 30분가량 이어졌으며 차분한 분위기 속에 한국 측이 제시한 자료를 검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방부는 영공 침범을 확인할 수 있는 레이더의 항적 자료와 공군 전투기에서 촬영한 사진 자료 등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의 정보능력을 노출할 수 있는 민감한 자료들은 제한했다”며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의 영공 침범을 확인할 수 있는 범위에서 1차원적 자료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 측은 많은 것을 물으며 잘 이해했다고 말했다”면서 “자신들 입장을 주장하기보다는 충실히 본국에 전달, 보고하겠다고 했다”고 했다.

한국 측도 영공 침범에 대한 항의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군 소식통은 “실무협의에서는 사태 해결에 중점을 두기 위해 러시아 측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것 같다”고 했다.

영공 침범 논란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로서는 추가적인 자료를 요구하며 사안을 장기화해 ‘시간 끌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보통 군사적 갈등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하는 경우가 좀처럼 없다”며 “조기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일본의 ‘레이더·저공위협 비행’ 국면과 비슷하게 흐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당시 일본은 해상초계기의 저공위협 비행에 대해 끝까지 인정하지 않은 채 어정쩡하게 마무리됐다. 한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는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과 관련해 단호한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2019-07-2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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