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원내대책회의 내용을 청와대 정무비서관실 소속 행정관이 몰래 듣다가 적발돼 논란을 빚고 있다. 민주당은 명백한 사찰 행위라며 청와대를 비난하고 나섰다.
18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민주당의 공개 원내대책회의 모두 발언 시간. 기자들을 위해 마련한 회의실 내 의자에 앉아 있던 한 사람이 회의 내용을 들으며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열심히 보내다가 이를 이상히 여긴 민주당 관계자에게 걸렸다. 신분을 확인해 보니 청와대 정무수석실 내 정무 2비서관실의 하모 행정관으로, 그는 곧바로 회의장에서 쫓겨났다.
김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의 허가도 없이 신분을 숨긴 채 야당 회의를 염탐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보고하는 행위는 명백한 사찰 행위”라면서 “청와대는 하 행정관이 언제부터 누구의 지시로 민주당 회의를 사찰했는지, 실시간으로 보고된 정보는 누구에게 전달되고 활용됐는지 경위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 김효재 정무수석은 곧바로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밝혔다.
하 행정관은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제1야당 의견을 듣지 않는다고 해서 정무팀에서 나와 업무를 한 것인데 공개회의에서 그동안 해 왔던 일을 갑자기 문제삼는 건 너무하다. 스파이니 염탐이라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지난해 6월 국무총리실 정무팀에서 야당을 맡은 뒤 지난 8월 청와대로 옮겨 업무를 계속해 왔다고 밝혔다. 또 이미 일부 민주당 인사들에게 인사를 건네서, 민주당 쪽에서도 그의 신분을 알았지만 그동안 자신의 활동을 제지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강주리·황비웅기자 jurik@seoul.co.kr
2011-10-19 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