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프 융 탄생 150년 맞아 ‘심리 유형’ ‘콤플렉스’ 재조명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ETH) 도서관 제공

2025년은 분석심리학 창시자 카를 구스타프 융의 탄생 150주년이 되는 해다. 융은 요즘 흔히 거론되는 성격 분류법인 MBTI의 이론적 배경을 마련하기도 했다. 사진은 융이 50세이던 1935년에 찍은 모습.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ETH) 도서관 제공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ETH) 도서관 제공
2025년 올해는 그야말로 ‘문화예술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문화예술인의 탄생과 서거 100주년, 150주년이 되는 때다. ‘왈츠의 황제’ 요한 슈트라우스 2세 탄생 200주년이며 모리스 라벨과 프리츠 크라이슬러 탄생 150주년이다. 또 오페라 ‘카르멘’의 작곡자 조르주 비제의 서거 150주기, 에릭 사티 서거 100주기,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서거 50주기가 되는 해이기도 하다.
150년 전에 또 한 명의 중요한 인물이 태어났다. 분석 심리학의 창시자 카를 구스타프 융(1875~1961)이다. 융은 정신분석학 창시자인 지크문트 프로이트나 개인심리학을 만든 알프레트 아들러에 비해 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그가 제시한 콤플렉스나 MBTI의 기본 개념이 된 성격유형론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프로이트‘성욕 중심설’에 반발해 결별
융은 스위스 바젤대와 취리히대에서 의학을 전공해 정신과 의사가 됐다. 부르크휠츨리 정신병원에서 근무하면서 병원장이었던 오이겐 블로일러와 함께 실험심리학의 창시자인 빌헬름 분트가 만든 ‘단어 연상 실험’을 더욱 발전시켰다. 사실 이 연상법은 성(性)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당시 학계에서는 금기시됐다. 융은 프로이트가 정신분석학을 처음 발표했을 때는 그의 사상에 동의해 제자이자 동료로서 정신분석학 발전에 이바지했지만, 프로이트의 ‘성욕 중심설’에 반발해 결국 결별했다. 이후 아들러가 만든 개인심리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1913년을 전후해 독자적으로 분석심리학 이론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융은 무의식을 개인적, 집단적 무의식으로 나눠서 보고 콤플렉스, 아니마(남성의 무의식 속 여성성), 아니무스(여성의 무의식 속 남성성) 등의 개념으로 무의식을 해석했다. 인간 내면에는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층이 있는데, 자아가 무의식의 여러 측면을 발견하고 통합하는 무의식의 자기실현 과정, 즉 개성화 과정을 융의 분석심리학에서는 중요하게 생각했다.
●외향·내향, 사고·감정, 감각·직관 분류
융은 1921년에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그노시스주의와 교회 신학 논쟁, 유명론과 실재론, 중세 루터와 츠빙글리 사이에 벌어진 성찬식 논쟁까지 인간 유형에 대한 논쟁의 역사를 바탕으로 인간의 심리적 유형에 관해 논한 ‘심리 유형’이라는 책을 내놨다. 여기서 인간 심리유형은 크게 태도와 기능으로 나눠지며, 이것들이 다양한 비율로 결합해 몇 가지 유형의 성격이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태도는 방향성을 나타내는데 외향성과 내향성으로 나뉘며 기능은 사고, 감정, 감각, 직관으로 나뉜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의 캐서린 브릭스와 그의 딸 이저벨 브릭스 마이어스가 MBTI(마이어스브릭스 성격유형 지표)를 만들었다. MBTI는 처음에는 세계 대전으로 인해 군수 산업의 수요가 증가하고 징집으로 인해 부족한 남성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여성 노동자도 필요해지면서 적합한 직무 배치를 위해 활용됐다. 이후 개인의 선호가 인간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기 위해 성격검사 기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무의식을 의식화해 ‘온전한 나’로
융의 이론 중 중요한 개념은 바로 ‘콤플렉스’다. 유아기에 감정적 충격을 받은 사건과 관련된 관념적 내용이 하나의 핵을 형성하고, 이를 중심으로 관련된 요소들이 동화되면서 더 큰 덩어리를 이뤄 콤플렉스가 형성된다. 적용 범위는 공통의 가치관이 통용되는 범위에 따라 개인에서 집단, 더 나아가 사회 콤플렉스로 확장될 수도 있다고 융은 주장한다. 콤플렉스는 상황을 왜곡해서 보게 할 뿐만 아니라 많은 상황을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게 하지만, 삶의 에너지원이 되기도 한다.
융 심리학은 인간 무의식 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고 밝은 면뿐만 아니라 어두운 면(그림자), 아니마와 아니무스를 발견함으로써 자기 안의 무의식을 의식화해 ‘완벽한 나’가 아닌 ‘온전한 나’가 되도록 해 준다는 측면에서 탄생 150주년을 맞아 재조명받고 있다.
2025-04-1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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