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狂氣에 휩싸인 야스쿠니 신사… “한국인 죽이자”

[르포] 狂氣에 휩싸인 야스쿠니 신사… “한국인 죽이자”

입력 2013-08-15 00:00
업데이트 2013-08-1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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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익세력, 韓의원단 방문에 反韓감정 거침없이 표출

일본 패전일인 15일 도쿄 중심가 지요다(千代田)구에 위치한 야스쿠니(靖國) 신사 주변에는 일본 우익세력이 뿜어내는 ‘광기’(狂氣)가 넘쳐났다.

15일 일본 도쿄도 지요다구 야스쿠니(靖國) 신사에서 옛 일본군 복장을 한 남성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일본 도쿄도 지요다구 야스쿠니(靖國) 신사에서 옛 일본군 복장을 한 남성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일본 도쿄도 지요다구 소재 야스쿠니(靖國) 신사에서 방문객이 참배를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일본 도쿄도 지요다구 소재 야스쿠니(靖國) 신사에서 방문객이 참배를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신사 내부에서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근대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서 숨진 사람들을 추모하려는 참배객들이 줄을 이은 가운데 밖에서는 단체로 몰려온 우익들이 곳곳에 포진한 채 군국주의 영광의 재연을 부르짖었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이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 위해 야스쿠니 신사를 찾을 것이라는 소식에 자극 받은 듯 격한 언사를 쏟아냈다.

이들은 한국 방송사 로고를 부착한 카메라가 눈에 띄자 “한국 언론은 돌아가라”, “멋대로 언론을 이곳에 불러모았다”며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심지어 “한국인을 죽이자”라는 구호도 튀어 나왔다. 한국 정치인을 바퀴벌레에 비유하는 등 도를 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한국 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신사 외곽에 배치된 일본 경찰에게는 “뭣 때문에 여기를 지키느냐. 돌아가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몸싸움을 하기도 했다.

평소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일을 극도로 꺼리는 일본인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신사 내부에는 이른 아침부터 참배 행렬이 이어져 오전 9시30분께에는 참배 장소인 ‘하이덴’ 앞으로 가려고 순서를 기다리는 참배객이 수백 명에 달했다. 시종 질서 있고 차분한 모습이어서 신사 안팎의 풍경이 극명히 엇갈렸다

참배객의 유형은 상당히 다양했다. 가족 단위 방문객, 조깅을 하다 땀에 젖은 채 찾아와 공손히 손을 모으는 중년 남성 등 겉모습을 보고 이들은 일률적으로 규정하기는 쉽지 않았다.

단체 참배객으로는 전국 각지에서 버스를 전세 내 찾아온 전사자의 유족연합회가 단연 눈에 띄었다.

조부가 전쟁 중 일본에서 사망했다는 고이케 다케시(小池武·52) 씨는 “할아버지가 야스쿠니에 합사된 것은 아니지만 올해 1월에 이어 두 번째로 야스쿠니를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야스쿠니 신사에 A급 전범 등이 합사돼 있어 참배 행위가 전쟁이나 식민 지배를 미화하는 행위라는 비판을 알고 있다”면서도 “지금 일본이 평화롭게 사는 게 전쟁에서 희생된 이들의 덕”이라고 나름의 참배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전쟁은 물론 나쁜 것이지만 그것은 위에 있는 사람들이 마음대로 결정한 것이고 죽은 이들은 별개”라고 덧붙였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22세 여성 회사원은 뚜렷한 이유는 없지만 아베 신조 총리가 신사를 참배해도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외부의 비판은 그들의 의견일 뿐이므로 신경 쓸 것이 없다”고 했다.

정치인들의 신사 참배도 잇따랐다. 종교 단체인 ‘행복의 과학’을 배경으로 창립됐고 핵무장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진 행복실현당은 오전 7시51분께 일찌감치 전국의 당원을 이끌고 신사를 찾았다.

아베 내각의 구성원인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총무상과 후루야 게이지(古屋圭司) 납치문제 담당상도 오전에 참배를 마쳤다.

참배객 가운데는 야스쿠니 신사에 들어가는 의원들을 박수로 환영하기 위해 몇 시간씩 서서 기다리는 이들도 있었다.

참배객들의 의도나 목적은 각기 달랐지만, 야스쿠니 신사가 우익의 상징이자 전쟁 미화시설이라는 규정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은 곳곳에서 확인됐다.

신사 내에 있는 전시시설인 유슈칸(遊就館)에서는 특별전시회 ‘대동아전쟁 70년전’ 제2부가 열리고 있었다.

유슈칸 측은 일본이 미드웨이섬의 미군 기지를 공격한 1942부터 1943년까지의 전투에서 ‘산화한 영령’의 유품이나 서적 등을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신사 내부의 주요 통로에서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의 뜻을 담은 고노(河野)담화의 철폐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지는 등 우익세력이 물밑작업을 벌이는 모습도 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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