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혈 참사’ 이집트에 지원 유지할까

미국, ‘유혈 참사’ 이집트에 지원 유지할까

입력 2013-08-17 00:00
업데이트 2013-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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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지원 유지·중단 이유 제시…전략적 중요국가 vs 민주주의 수호

이집트 군부가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 최악의 유혈사태가 발생하면서 유혈사태를 경계해 온 미국이 이집트에 대한 지원을 유지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은 중동 지역의 최대 우방인 이집트에 1948년 이후 매년 15억 달러(약 1조 7천억 원) 씩 총 700억 달러 이상의 군사 및 경제 지원을 했다.

그러나 미국 법은 쿠데타로 민간 정부를 전복시킨 국가를 지원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지난달 이집트 군부가 무르시 전 대통령을 축출한 사건을 쿠데타로 볼 것이냐를 두고 논쟁이 일었다.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 사태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은 채 “(이집트 군부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민간 정부에 가능한 이른 시기에 정권을 되돌려 줘야 한다”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 시위대 수백 명이 숨지는 최악의 참사가 발생하면서 미국이 더욱 심각한 딜레마에 빠졌다.

미국이 이번에도 이집트를 지원한다면 유혈사태를 초래한 군부를 지지하는 모양새가 돼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으면서 리더십이 약화될 것이고, 지원을 끊는다면 이집트와의 관계가 소원해져 중동 지역에서의 영향력이 약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 지원을 유지해야 할 이유와 끊어야 하는 이유를 각각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이 지원을 유지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집트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국가 때문이다.

특히 지원을 유지하는 경우에는 미국이 자국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사안에서 ‘지원 중단’을 빌미로 이집트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

게다가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 등의 부유한 국가가 미국의 빈자리를 채워 향후 이집트 국내외 정책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또 지원을 중단한다면 미국과 이집트 외교관이나 군사 장교 사이의 개인적인 친분 관계도 끊어지고 이는 양국의 외교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외교에서 개인적인 친분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수준보다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미국이 지원을 끊으면 이집트 군부가 서방 국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무자비하게 시위대를 탄압할 수 있고, 이는 이집트를 국제 사회에서 고립시킬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원조를 끊어야 하는 이유도 있다.

원조 중단은 인권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상징적인 조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크 린치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원조를 끊는 것은 미국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이집트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고, 미국은 원칙적으로 이런 국가와 어떤 일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현 상황에서 미국의 지원이 이집트 군부의 정책 결정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굳이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도 있다.

이집트 군부가 미국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미국이 원조를 끊어야 할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실제로 이집트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키지 말아야 하고, 유혈 진압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를 모두 무시했다.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48년 이후 미국이 이집트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집트가 미국의 요구를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이 이번 사태를 쿠데타라고 부르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이집트 군부를 안심시키고 있다.

아울러 이집트 군부가 국내에서 인기가 높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대부분의 중동 국가들이 군부를 지지하고 있다는 점도 이집트가 미국의 요구에 귀를 막고 ‘마이 웨이’(My Way)를 갈 수 있는 배경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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