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후 학교에서 ‘장벽 세우라’고 외치는 美 백인학생들

트럼프 당선 후 학교에서 ‘장벽 세우라’고 외치는 美 백인학생들

입력 2016-11-11 11:31
업데이트 2016-11-1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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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교생은 다른 인종 급우에게 ‘가짜 추방 통지문’ 건네기도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된 뒤 학교에서 이에 따른 즉각적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에 따르면, 미시간 주의 한 중학교와 캘리포니아 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트럼프 당선 후 백인 학생이 다른 인종 급우를 노골적으로 모욕 주는 일이 발생했다.

미시간 주 로열 오크 중학교에서는 대통령 선거 다음날인 9일, 백인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학교 식당에 모여 ‘장벽을 세우라’(build the wall)고 외치는 장면이 동영상에 찍혔다.

디트로이트 메트로 타임스는 백인 학생들이 ‘벽 타령’을 하고 있을 때 히스패닉 학생은 눈물을 훔쳤다고 소개했다.

디 페레스 스콧이라는 여성이 페이스북에 올린 이 동영상의 조회 수는 600만 건을 돌파했다.

페레스 스콧은 “‘장벽을 세우라’는 집단 따돌림과 증오가 아이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면서 “정말 소름 끼치는 일”이라고 썼다.

대선 운동 때 불법 이민자에 강경한 태도를 보인 트럼프가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벽을 세우겠다고 공약한 뒤 이에 영향을 받은 백인 학생들이 타인종 친구를 혐오하는 일이 벌써 벌어지는 형국이다.

숀 루이스 라킨 로열 오크 학군 교육감은 성명을 내어 이번 소동이 점심시간에 발생한 일이라고 확인하고 “페이스북에서 동영상을 본 많은 가족이 학생의 안전을 우려했다”고 밝혔다.

그는 “학생과 학교에 발생할지 모르는 모든 위협에 대응하고자 수사 기관 당국자와 이 문제를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제니스 로드리게스라는 페이스북 사용자는 “벽을 세우라고 외친 모든 학생을 징계해야 한다”면서 “만약 내 딸이 그런 애 중 하나였다면 무척 실망했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아미다 매리노프라는 사용자도 “대선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라 학생들이 가정과 지역 공동체에서 이런 짓을 배웠기 때문에 집단 따돌림을 하는 것”이라면서 교사와 학부모의 각성을 촉구했다.

캘리포니아 주 북부 레딩에 있는 섀스타 고교에선 10일 한 학생이 다른 인종의 급우 5∼6명에게 가짜 추방 통지문을 돌리다가 적발됐다. 통지문을 건넨 학생이 백인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짐 클로니 섀스타 통합교육청 교육감은 “이번 사건이 대선 결과와 연계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연계가 안 됐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말해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유발한 사건으로 추정했다.

지역 신문인 레코드 서치라이트에 따르면, 통지문에는 ‘추방 명령’이라는 글씨와 함께 ‘그를 잡아라’라는 문장이 적혔다.

가짜 문서에 자주 등장하는 법원의 이름까지 명기해 마치 법원에서 진짜로 발부한 추방 통지문 같은 인상을 줬다.

해당 학생은 “웃기려고 한 일”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징계를 피하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클로니 교육감은 “이런 행동이 재미있거나 학교의 문화를 반영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인종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둔감한 행동은 우리 교육구 어느 학교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섀스타 카운티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선거 전에 인종적인 편견이 존재했지만, 트럼프의 당선으로 일부는 자신들의 증오를 공개로 표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미국 미시간 주 로열 오크 중학교에서 점심시간에 ‘장벽을 세우라’고 외치는 백인 학생들 [https://youtu.be/pACr89_Z-Y4]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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