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자들의 고백…“그를 뽑겠다, 아내한텐 비밀이지만”

트럼프 지지자들의 고백…“그를 뽑겠다, 아내한텐 비밀이지만”

입력 2016-03-06 11:16
업데이트 2016-03-0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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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신문, 트럼프 지지자들 인터뷰…“누가, 왜 트럼프 지지하나”“트럼프 막말, 워싱턴 헛짓보다 낫다” “다양성·공정성 강요하는 사회에 질렸다”

“나는 트럼프를 지지한다. 하지만 이건 아내도 모르는 비밀이다.” “난 동성애자 무슬림이다. 공화당은 내게 불친절하다. 하지만 민주당이 맡겨놓은 것처럼 내 표를 기대하는 것은 나에 대한 모독이다. 트럼프는 힐러리가 할 수 없는 일을 할 것이다.”

친지나 직장동료와 대화할 때, 그의 과격한 발언이 신문을 장식할 때, 개념 찬 할리우드 스타들이 공개적으로 반대를 선언할 때는 도널드 트럼프가 인기 있는 이유를 알 수 없다.

하지만 이처럼 도무지 체감할 수 없는 미국 대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의 대중적 인기는 여론조사와 경선 때 숨김없이 나타난다.

경선이 진행될수록 기성정치에서 한참 벗어났을 뿐 아니라 인종·성차별적 발언들로 한탄과 조롱을 산 트럼프가 올 11월 치러질 본선에서 힐러리 클린턴(민주당)과 겨룰 최종 후보가 될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표를 던지기로 이미 마음을 정한 미국 유권자들의 솔직한 목소리를 들어 “누가, 왜 트럼프를 지지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3일(현지시간) 소개했다.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겠다고 나선 이들은 고학력의 50대 중산층 남성, 한때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에도 참여했으나 공화당 지지자로 변신한 20대 남성, 동성애자 무슬림 학생까지 다양하다.

이들의 배경은 다양하지만, 대부분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소신’을 주변에 드러내기를 원치는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테네시주에 사는 요가 강사(29)는 “내 진보적 이미지를 망칠 테니 신문에 내 이름을 내지는 말아달라”고 말했으며 하버드를 졸업하고 소득수준이 상위 10%라는 한 기업 간부(52)는 자신이 트럼프를 찍을 것이라는 사실을 “아내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는 “기성정치에 질렸는데 트럼프는 다를 것이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진보예술계에 몸담고 있다는 한 지지자(24)는 2011년 악덕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에도 참여했지만, 트럼프 지지자로 돌아섰다.

그는 “트럼프의 공약 대부분이 실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최소한 워싱턴에서 보여온 헛짓거리와 같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한 카지노 관리자(56)도 “나 같은 중산층이나 서민층은 완전히 정부에 질렸다”며 “정부는 기업처럼 운영돼야 하며 트럼프는 여기에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상당수가 기회가 있다면 역시 기성정치에서 벗어난 인물인 버니 샌더스를 찍겠지만, 클린턴과 트럼프의 대결에서는 후자를 찍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론조사에서 양자 가상대결을 하면 트럼프는 모든 민주당 후보들에 뒤지기는 하지만, 그 격차는 샌더스와의 대결보다 클린턴과의 대결일 때 더 좁다. 퀴니피액 대학이 지난달 중순 한 여론조사에서 샌더스는 트럼프와의 양자 가상대결에서 48%대 42%로 승리했지만, 클린턴은 트럼프를 44%대 43%로 가까스로 이기는 데 그쳤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걸었던 기대감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요가 강사는 “버니와 도널드의 대결이라면 버니를 찍겠지만, 힐러리와 도널드 대결에서는 도널드를 찍겠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에 대한 투표라기보다는 정치적 기득권층에 반대하는 투표”라고도 설명했다.

최근 미국에서 인종차별 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고 사회적 편견을 용납하지 않는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과 소수자들에 대한 관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던 가운데 “다양성을 강요하는 데 질렸다”는 반작용이 생겨난 것도 이들이 힐러리와 민주당에 등을 돌리는 요인이 됐다.

한 히스패닉 변호사(29)는 “올해는 성전환 올림픽 영웅 케이틀린 제너와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의 해”라면서 “그런 것에 반대의 뜻을 내비치기만 해도 추방당하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진보’, ‘톨레랑스’, ‘수용’으로 국가 담론을 지배하는 이들과 어떻게 싸우겠느냐”며 “이런 것들에 꿈쩍도 하지 않는 트럼프가 나타났다. 그는 이에 맞서 싸울 뿐 아니라 잘근잘근 씹고 뱉어버린다”고 통쾌함을 표시했다.

이민자 가정 출신 동성애자 무슬림(20)은 “우리 집안에도 시리아에서 전쟁을 피해 미국으로 오려는 이들이 있지만, 무슬림을 닥치는 대로 받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면서 무슬림 입국 금지 발언을 한 트럼프를 두둔했다.

그는 “트럼프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지독한 관계를 끊을 수 있겠지만, 클린턴은 그러지 못할 것”이라며 “클린턴은 이슬람 국가들 이쪽저쪽에 폭탄을 떨어뜨리며 사우디를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민주주의에는 이미 치료제가 없다”거나 “바닥을 찍어 봐야 정신을 차린다”는 심정으로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언급도 이어졌다. 트럼프가 미국에 ‘모닝콜’이 될 것이라는 표현도 나왔다.

하와이에 사는 한 은퇴한 생명의학 기술자(56)는 “재래식 치료제를 쓰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는 히틀러와 히로히토(2차대전 중 재임한 일왕)의 혼합형 인물이 될 수 있다. 우리가 히틀러와 히로히토를 겪으며 잠에서 깨어나 싸워 이겼듯이 트럼프는 우리가 깨어나 싸우기 위한 충격요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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