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 가이드라인 100일…얼어붙은 주택 매매시장

여신 가이드라인 100일…얼어붙은 주택 매매시장

입력 2016-05-12 10:29
업데이트 2016-05-1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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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주택거래량 작년 동기比 26.1%↓…“원리금 분할상환 부담에 매매 끊겨”

“아파트 매물은 많은데 집을 사려던 분들이 대출 원리금 분할 상환 부담이 너무 커서 못하겠다며 결국은 포기하더라고요. 2월부터 매매거래 자체가 올스톱돼서 저희도 큰일입니다.”(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

지난 2월 1일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시행된 새로운 주택담보대출 심사제도(여신심사 가이드라인)가 시행 100일째를 맞은 가운데 주택시장에 찬 바람이 불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여신심사가 강화되면서 대출에 부담을 느끼는 수요자들이 재고주택 거래에 등을 돌리면서 매물은 남아도는데 정작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출 규제와 무관한 청약시장만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가 고분양가 행진을 이어가고 부산, 대구 등 일부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청약시장이 활기를 띠는 지역에서는 인근 아파트 시세까지 덩달아 올라가는 현상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 이외의 지역에서는 매매거래가 둔화하는 등 쏠림 현상이 심화하는 분위기다.

주택담보대출 심사제도 강화 방침이 알려진 지난해 말부터 수요자들의 구매심리 위축으로 꺾이기 시작한 주택경기는 올해도 침체 현상을 보이며 부동산 시장이 반짝 호황을 누린 지난해에 비해 거래량이 급감했다.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주택 거래량은 19만9천48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1% 줄었다.

이는 최근 5년(2011∼2015년) 평균인 20만7천여건과 비교하면 3.5% 감소한 수치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주택 가격은 0.04% 상승했고 아파트값은 0.02% 떨어졌다.

서울과 경기 지역의 1분기 아파트 값은 0.04%씩 상승했지만 지난해 1분기 서울이 0.97%, 경기가 1.19% 오른 것에 비하면 상승폭이 크게 둔화된 모양새다.

지방도 대구·경북 등 주요 지역의 주택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올해 초부터 침체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대구의 1분기 아파트값은 0.87% 떨어져 전국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고 충남은 0.72% 떨어졌다. 경북은 0.67%, 전북은 0.20%, 대전은 0.16%, 경남은 0.09% 떨어졌다.

부동산 시장은 봄 성수기에 접어든 지 오래지만, 매매시장에는 여전히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경기도 하남의 H 중개업소 대표는 “2∼3개월 전부터 기존 아파트 매매거래는 손님 자체가 없어서 거래가 아예 이뤄지질 않는다”며 “매물은 전보다 늘었는데 매매 문의도 없으니 한두 달이 지나도 팔려나갈 기미가 안 보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위례신도시나 하남미사지구의 새 아파트를 분양받은 분들은 살던 아파트를 내놔도 팔리질 않으니 잔금을 못 치르고 울며 겨자 먹기로 연체 이자를 내고 있다”며 “급한 마음에 시세보다 1천만∼2천만원 저렴한 급매물도 종종 나오지만 잘 안나간다”고 설명했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2월 즈음부터는 아파트 매매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높은 전셋값 부담 때문에 집을 사려던 분들도 원리금 분할상환을 하면 한 달에 보통 100만원 이상 갚아나가야 한다는 부담에 계약 직전까지 갔다가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자녀 교육 문제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기 어려운 분들은 대출을 받아서라도 지역 내에서 집을 장만해보려다 결국 포기하고 전셋값을 올려주거나 준전세로 전환해서 많이 눌러앉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지난 1일부터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주택경기 침체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수도권은 강남 재건축 단지의 고분양가 행진으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시행에 따른 회복이 상대적으로 빨랐고 침체 국면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겠지만 지방에는 이렇다 할 동력이 없다”며 “지방 주택시장에서는 가격 조정이나 기간 조정이 더 길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지방보다는 수도권에서, 수도권에서도 분양·입주물량이 많은 경기보다는 서울에서 강남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 가격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을 텐데 전반적인 시장 상황이 이미 거래량 증가나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라 올해는 확연히 주택 매매시장이 둔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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