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 나바스, 또 신들린 선방… 승부차기 끝 네덜란드에 아쉽게 져
“당당하게 떠난다. 승부차기에서 졌지만 이건 패배가 아니다. 우린 지지 않았다.”코스타리카의 수문장 케일러 나바스(28)는 6일 사우바도르의 폰치노바 경기장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브라질월드컵 8강전을 연장까지 120분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승부차기에서 3-4로 무릎 꿇은 뒤 누구도 그 의미를 깎아내릴 수 없는 촌평을 남기고 대회를 마쳤다.
엇갈린 운명
네덜란드 대표팀 선수들이 6일 사우바도르의 폰치노바 경기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브라질월드컵 8강전을 승부차기 끝에 4-3으로 이긴 뒤 상대의 두 차례 킥을 막아낸 수문장 팀 크륄(가운데 아래)을 에워싼 채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우바도르 AP 특약
사우바도르 AP 특약
엇갈린 운명
코스타리카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볼라뇨스(7번)가 8강 탈락에 낙담하자 코치와 동료가 등을 어루만지며 위로하는 모습.
사우바도르 AP 특약
사우바도르 AP 특약
국제축구연맹(FIFA)은 사상 첫 준결 진출에 실패한 그를 ‘맨 오브 더 매치’(MOM)에 선정, 노고를 위로했다. 콜롬비아 출신으로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팀을 조련해 세계를 깜작 놀라게 만든 호르헤 루이스 핀토 감독이나 네덜란드의 불꽃 공격을 온몸을 던져 막아낸 코스타리카 선수들 모두 기꺼운 표정을 지었음은 물론이다.
루이스 판할 네덜란드 감독이 7주 동안 전담 골키퍼로 훈련시킨 팀 크륄이 두 번째 키커 브라이언 루이스와 마지막 키커 마이클 우마냐의 킥을 막아낸 반면 나바스 자신은 상대 네 명의 슈팅 가운데 하나도 막지 못했다. 하지만 어깨 부상 투혼을 불사른 나바스가 없었더라면 연장 승부도 없었다. 후반전에 무릎이 좋지 않아 치료를 받고, 연장전에는 휜텔라르에게 팔로 얼굴을 맞아 쓰러졌다가도 다시 일어나 골문을 당당히 지켰다.
2008년부터 국가대표로 출전, 대표팀이 2010년 남아공대회 본선에 진출하지 못해 이번에 월드컵 데뷔전을 치른 그는 이번 대회를 밝게 빛낸 별 중의 하나로 남았다.
우루과이, 이탈리아, 잉글랜드와 함께 조별리그 D조에 속한 코스타리카가 단 1실점,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한 것이나 그리스와의 16강전에서 여러 차례 결정적인 위기를 막아내고 승부차기에서 네 번째 키커 테오파니스 게카스의 슛을 왼손으로 쳐내 조국을 8강에 올린 것도 바로 그였다.
네덜란드는 점유율 64-36, 슈팅 20-6, 유효슈팅 15-3으로 압도했지만 스네이더르의 두 차례 슛을 포함해 세 차례나 골대를 맞고 나오는 불운까지 겹쳐 무득점에 그쳤다. 코스타리카 수비는 상대 공격의 핵심 아리언 로번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한편, 무려 13회의 오프사이드 트랩 반칙을 유도하는 등 끈끈한 조직력을 과시했다. 대회 한 경기는 물론, 지난 다섯 경기에서 기록한 41회 역시 대회 최다 기록이다.
임병선 전문기자 bsnim@seoul.co.kr
2014-07-07 2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