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규 감독 “생애 최고의 순간”

김관규 감독 “생애 최고의 순간”

입력 2010-02-16 00:00
업데이트 2010-02-16 16:35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지난 2004년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이후 최고의 순간인 것 같습니다.”

 16일(한국시간)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모태범(21.한국체대)이 사상 첫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을 따낸 순간 대표팀 사령탑인 김관규(43.용인시청) 감독의 눈에는 핑하고 눈물이 돌았다.

이미지 확대
16일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500M에서 모태범이 금메달을 획득하자 김관규(왼쪽) 감독과 김용수(오른쪽) 코치가 환호하고 있다. 밴쿠버=연합뉴스
16일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500M에서 모태범이 금메달을 획득하자 김관규(왼쪽) 감독과 김용수(오른쪽) 코치가 환호하고 있다.
밴쿠버=연합뉴스


 북유럽과 북미 선수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지난 14일(한국시간) 이승훈(22.한국체대)이 5,000m에서 은메달을 따낸 데 이어 이틀 만에 모태범이 500m 금메달을 차지한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역사적 순간을 현장에서 지켜본 김관규 감독은 그동안 선수들과 동고동락하며 오직 동계올림픽의 영광을 향해 때로는 다그치고,때로는 어르면서 지냈던 힘겨운 훈련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지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때 이강석(의정부시청)이 동메달을 땄을 때도 울컥했던 김관규 감독은 이틀 사이에 이승훈과 모태범이 연속 메달 소식을 전해오자 “딸 때 왕창 따야 한다”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김관규 감독은 지난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1,500m와 5,000m,1만m에 출전했던 장거리 전문 대표선수 출신 지도자이다.

 당시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종목은 아시아 선수에게 무덤과도 같았다.힘과 체격이 뛰어난 북유럽과 북미 선수들의 벽을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관규 감독은 1988년 캘거리 대회 때 1만m에서 22위를 차지해 당시 아시아 선수로는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이 때문에 캐나다는 김 감독에게도 추억이 깃든 곳이다.

 그로부터 22년이 흐르고 김 감독은 비록 장소는 달라졌지만 자신이 첫 동계올림픽을 치렀던 캐나다에서 대표팀 제자들이 금메달과 은메달을 목에 거는 것을 지켜보면서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었다.

 김 감독은 “캘거리 동계올림픽 당시 선수로서 나 자신은 솔직히 바닥권이었다.하지만 대표팀 후배이자 제자들이 이렇게 잘해주니 마음이 너무 뿌듯하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어 “1차 시기를 끝내고 이강석과 이규혁의 기록이 좋지 않았지만 모태범이 예상을 깨고 2위에 오르면서 기대감을 가졌다”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특히 “1차 시기가 끝나고 쉬는 틈에 담배를 몰래 피면서 ‘모태범이 잘 타고 다른 선수들이 실수해줬으면..’하는 생각까지 했다”라며 “1차보다 2차 때 보통 기록이 떨어지는 데 모태범이 위기를 잘 넘겨준 게 금메달로 이어졌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번 동계올림픽을 맞아 한국 대표팀이 역대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연이어 뽑아낸 비결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김 감독은 “강압적인 분위기 대신 웃으면서 훈련했던 게 주효했다”라고 대답했다.

 예전처럼 오직 승리를 향해 고되고 강압적인 훈련만 하던 분위기를 탈피해 선수들의 컨디션과 분위기를 맞춰주면서 스스로 노력하게 만들어줬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

 김 감독은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때 성적이 좋지 않아 대표팀 사령탑에서 내려왔지만 2004년 대표팀을 다시 맡으면서 지도 방식을 바꿨다”라며 “솔직히 너무 부드럽지 않으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지도자의 위신을 세우는 것보다 선수의 성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선수들도 눈에 보이지 않는 선의의 경쟁을 펼쳐왔다.후배도 대선배를 이길 수 있고,선배 역시 후배에게 질 수 없다는 경쟁심리가 지금의 성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밴쿠버=연합뉴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사진 보러가기]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