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16] 축구도… 브렉시트

[유로 2016] 축구도… 브렉시트

강국진 기자
강국진 기자
입력 2016-06-28 23:18
수정 2016-06-29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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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유로 16강 탈락

아이슬란드에 1-2 충격 역전패
“유로 출전 사상 최악의 패” 혹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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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잉글랜드 팬이 28일 프랑스 니스의 알리안츠 리비에라에서 열린 아이슬란드와의 ‘유로 2016’ 16강전에서 잉글랜드가 1-2로 패하자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다. 니스 AP 특약
어린 잉글랜드 팬이 28일 프랑스 니스의 알리안츠 리비에라에서 열린 아이슬란드와의 ‘유로 2016’ 16강전에서 잉글랜드가 1-2로 패하자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다. 니스 AP 특약
잉글랜드가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16에서 탈락하자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흉내 낸 트위터 계정에 “또다시 유럽에서 떨어져 나갔네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축구 종가’라고 자부하던 잉글랜드 대표팀이 추락하는 상황을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충격에 통렬히 빗댄 것이다.

잉글랜드는 28일 프랑스 니스에서 열린 대회 16강전에서 인구 33만의 작은 나라 아이슬란드에 1-2로 역전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전반 4분 웨인 루니의 페널티킥으로 순조롭게 출발하는 듯했던 잉글랜드는 전반 6분 라그나르 시구르드손에게 동점골, 18분 콜베인 시그도르손에게 역전골을 내줬다. 수비 집중력이 흐트러졌고 공격 전개는 엉성하기만 했다. 스카이스포츠는 “잉글랜드의 유로 출전 사상 최악의 패배 중 하나”라고 혹평했다.

공교로울 정도로 잉글랜드가 16강에서 탈락한 배경과 브렉시트는 여러모로 닮았다. 브렉시트를 주장하는 이들이 내세운 명분이 이민 억제와 주권 회복이었다면 잉글랜드 축구는 순혈주의는 물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고 있는 선수만 고집하며 스스로를 망가뜨렸다.

EPL에서 외국인 선수 비중이 급증하자 자국 선수를 보호한다며 노동취업허가서(워크퍼밋) 발급을 대폭 강화한 것도 이민 억제와 비슷한 맥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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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냈다, 얼음나라 병정들. 니스 EPA 연합뉴스
일냈다, 얼음나라 병정들. 니스 EPA 연합뉴스 아이슬란드 대표팀의 주장 아론 구나르손(가운데)과 선수들이 28일 프랑스 니스의 알리안츠 리비에라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16 16강전에서 2-1 승리를 거둔 뒤 첫 대회 출전에 8강까지 오른 감격을 만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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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독일 대표팀은 터키 이민 3세인 메주트 외칠에 가나 출신 아버지를 둔 제롬 보아텡, 알바니아계 선수 시코드란 무스타피를 거느리고 있다. 이탈리아 역시 브라질에서 귀화한 공격수 에데르를 받아들였다.

‘종가’란 과거의 영광에 취해 있으면서 유럽 대륙의 현실에서 멀어진 것도 대영제국의 향수에 취해 브렉시트를 선택한 장년층과 닮았다. 잉글랜드는 유로 대회마다 ‘우승 후보’로 기대를 모았지만 유로 2004와 유로 2012에서 8강에 그쳤고 유로 2008 본선에는 아예 나가지도 못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선 1무2패로 56년 만에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1966년 자국 월드컵에서 우승한 뒤 메이저대회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로이 호지슨 감독은 이번 대회 고집불통의 리더십으로 화를 키웠다. 호지슨은 곧바로 “매우 실망했다”면서 “이제 누군가 젊고 열망이 넘치는 팀의 발전 과정을 살펴봐야 할 때”라며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탈리아는 대회 3연패를 노리던 ‘무적함대’ 스페인을 2-0으로 격침시키며 유로 2012 결승에서 당했던 0-4 완패를 깨끗이 되갚았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2016-06-2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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