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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앙숙끼리’ 이란-미국 잉글랜드-웨일스 벼랑끝 16강 티켓 대결

‘하필 앙숙끼리’ 이란-미국 잉글랜드-웨일스 벼랑끝 16강 티켓 대결

임병선 기자
입력 2022-11-28 14:02
업데이트 2022-11-2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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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의 2022년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16강 진출 여부가 확정되는 가운데 두 나라가 처음 맞붙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사진이 소환됐다.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 출신 마이크 모스크랍과 네덜란드에 살던 이란인 서포터 아미르 시이다우스트가 리용의 제를랭 스타디움 바깥에서 만나 자국 국기를 페이스페인팅한 얼굴을 맞대고 있다. 미국이 1-2로 지는 바람에 두 경기 만에 16강 탈락이 확정됐다. 지금은 24년 전보다 양국 관계가 훨씬 험악하다. AP 자료사진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2022년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16강 진출 여부가 확정되는 가운데 두 나라가 처음 맞붙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사진이 소환됐다.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 출신 마이크 모스크랍과 네덜란드에 살던 이란인 서포터 아미르 시이다우스트가 리용의 제를랭 스타디움 바깥에서 만나 자국 국기를 페이스페인팅한 얼굴을 맞대고 있다. 미국이 1-2로 지는 바람에 두 경기 만에 16강 탈락이 확정됐다. 지금은 24년 전보다 양국 관계가 훨씬 험악하다.
AP 자료사진 연합뉴스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이 29일(현지시간) 시작한다. 공교롭게도 첫날부터 앙숙 대결이 두 편 마련돼 ‘지면 탈락’하는 벼랑 끝 승부를 펼친다.

적성국으로 으르렁대는 이란과 미국은 30일 오전 4시(한국시간) 도하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B조 3차전을 치른다. 이란이 1승 1패(승점 3)로 조 2위, 미국은 2무(승점 2)로 3위를 달리는 가운데 같은 시간 잉글랜드(1승 1무, 승점 4)와 웨일스(1무 1패, 승점 1)는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마주 선다.

이란과 미국 모두 이 경기를 이기면 자력으로 16강에 오르고, 지면 짐을 싸야 한다. 특히 두 나라는 축구 말고도 정치 외교적으로 ‘앙숙’ 관계를 이어온 사이라는 점에서 여러 모로 관심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이란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둘러싸고 안팎의 집중 견제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이란 내 여성 인권 억압이나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지원 등의 이유로 이란을 이번 월드컵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국제 여론이 일었다. 여기에다 불을 끼얹은 것이 지난 9월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 물결이다. 이란 선수들은 잉글랜드와 1차전 경기 시작 전에 국가를 따라부르지 않으며 반정부 시위대에 연대 의사를 나타냈고, 웨일스와 2차전 때는 경기장 안팎에서 반정부 시위 옹호자와 친정부 시위대의 충돌이 빚어지는 등 연일 장외가 소란했다.

아울러 미국 대표팀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란과의 3차전을 앞둔 민감한 시기인데도 이란 국기 가운데 위치한 이슬람 공화국 엠블럼을 삭제하는 사건이 더해지며 이번 대결을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대표팀의 미디어 담당 마이클 캐머먼은 “이란 여성 인권을 위한 지지 의사”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이란 국기가 다시 원래대로 됐고, 미국 국가대표 선수들도 “이런 사실을 몰랐다”고 밝히긴 했다. 미국 수비수 워커 지머먼은 “SNS 게시물에 대해 모르지만, 여성 인권에 대해서는 항상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란축구협회는 FIFA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이란과 미국은 지금까지 월드컵에서 두 차례 만났다. 이란이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2-1로 이겼고, 2000년 친선 경기는 1-1로 비겼다.

영연방에 나란히 속한 잉글랜드(승점 4)와 웨일스(승점 1)의 맞대결도 두 나라 모두 16강 진출 여부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된다. 손 잡고 나란히 16강에 가는 상황은 상상하기 어렵다.

힘들긴 하지만 꼴찌 웨일스는 잉글랜드를 최소 3점 차 이상 이기면 16강을 바라볼 수 있다.

두 나라 서포터들은 이미 주먹질로 한 차례 자존심 대결을 펼쳤다. 영국 대중매체 데일리 스타는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팬 수십 명이 결전을 앞두고 테네리페의 술집 밖에서 격렬하게 충돌했다”고 보도했다. 두 나라 팬들이 왜 대서양에 있는 스페인령 테네리페 섬에 모여 축구를 응원하는지도 궁금해 할텐데, “술을 금지하는 카타르의 엄격한 규정 때문에 많은 팬들이 카타르가 아닌 테네리페를 월드컵 응원 장소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축구 대결이나 두 나라의 역사적 앙숙 관계를 둘러싸고 주먹다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술 마시고 싸움박질하기 위해 축구를 악용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임병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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