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와 롯데의 마스코트는 모두 조류이다.
한화와 롯데가 다시 동맹을 맺었다. 상위권에서 맺으면 좋으련만 공교롭게도 또 하위권이다. 서로가 서로를 잘 이해할 만한 사이지만 얄궂게도 서로가 서로를 제물로 삼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기는 팀은 9위가 되고 지는 팀은 10위가 된다.
운명적인 대결에서 한화가 일단 탈꼴찌에 성공했다. 한화는 1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1회부터 롯데 마운드를 폭격하며 자비 없는 경기를 펼쳐 12-2로 대승을 거뒀다. 전날 4-3으로 승리하며 꼴찌를 벗어났던 롯데는 하루 만에 다시 꼴찌로 내려가게 됐다. 두 팀의 순위는 20일 맞대결에서 또 바뀔 수도 있다.
한화와 롯데의 탈꼴찌 싸움이 낯설지 않은 것은 불과 2년 전 두 팀이 같은 싸움을 펼쳤기 때문이다. 시즌 막판까지 알 수 없던 탈꼴찌 전쟁은 그해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야 선두가 결정됐을 정도로 치열했던 선두 다툼만큼이나 치열했다.
서튼 롯데 감독이 19일 구단 측이 준비한 선물을 수베로 한화 감독에게 전달하고 있다. 롯데 제공
이 동맹은 마지막 우승이 20세기이고 2000년대 꼴찌를 양분해 비밀번호가 있다는 아픈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1999년 한화의 마지막 우승 상대는 롯데였고, 1992년 롯데의 마지막 우승 상대는 한화의 전신인 빙그레였다.
그리고 한화와 롯데는 2000년대 꼴찌를 사이좋게 양분했다. 2000년대 성적 기준 롯데는 2001·2002·2003·2004·2019년에, 한화는 2009·2010·2012·2013·2014·2020년에 꼴찌를 차지했다. 이제는 조금 희미해졌지만 8888577과 5886899678은 팬들에게 슬픈 숫자이기도 하다.
여기에 한화와 롯데는 카림 가르시아, 쉐인 유먼 등 외국인 선수를 공유한 경험도 있다. 두 선수 모두 3년 롯데 활동 후 한화 이적이라는 공식도 같다. 한화에서는 둘 다 1년만 뛰었다.
올해 허문회 롯데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다면 1년 전 한화는 한용덕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지휘봉을 내려놨다. 한화와 롯데는 성적 문제로 감독이 중도에 물러나는 그림이 상대적으로 많은 팀이기도 하다.
굳이 또 공통점을 찾자면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두 1982년생 거포가 속한 팀도 한화와 롯데였다. 지난해 은퇴한 김태균은 최근 자신의 등번호가 영구결번이 됐다. 이대호 역시 상징성이 큰 만큼 영구결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두 선수 모두 레전드지만 한국에선 우승이 없고 일본에서 우승을 차지한 닮은 점도 있다. 참고로 두 선수의 딸 이름도 같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호와 김태균. 서울신문 DB
한화와 롯데는 2015년, 2016년엔 8승8패로 비겼는데 탈꼴찌 전쟁이 치열했던 2019년에도 두 팀은 8승8패로 호각세였다. 그해 롯데가 유일한 3할대 승률로 최하위로 밀렸음에도 한화에게만큼은 결코 밀리지 않았다. 그만큼 치열했기에 최하위 팀의 싸움이라도 팬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올해는 한화가 4승1패로 앞서 있는데 두 팀의 자존심 대결이 펼쳐진다면 또 호각세를 이룰 수도 있다.
다만 안타깝게도 최근의 분위기만 본다면 두 팀 모두 반등요소를 찾기가 쉽지 않아 당분간 이 동맹 체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화는 팀타율 0.244로 전체 꼴찌라 방망이가 무디고, 롯데는 팀평균자책점 5.77로 전체 꼴찌라 마운드가 물렁하다.
공통점이 많은 두 팀은 이번 맞대결이 끝나면 다음 달 15일에 다시 만난다. 한 달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누군가 지긋지긋한 동맹 관계를 배신하고 치고 올라갈 수 있을지 여부가 이번 시즌 프로야구를 보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