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수 클릭 오류… 승률 90% 경기 날려
박정환 9단
박정환 9단은 20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21회 농심배 판팅위(중국) 9단과의 온라인 대국에서 158수가 대국 프로그램에 입력되지 않으면서 시간패를 선언당했다. 제한시간 1시간을 다 쓰고 1분 초읽기 승부를 펼치던 박정환 9단은 형세를 살핀 뒤 마지막 2초를 남기고 화면을 클릭했지만 착점이 이뤄지지 않았다. 당황한 박정환 9단이 연달아 화면을 클릭했지만 그마저도 입력되지 않으면서 그대로 경기가 종료됐다.
한국기원은 중국위기협회에 박정환 9단이 클릭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제출했지만 중국 측은 “오류가 났든 어떻게 됐든 시간패는 시간패”라며 박정환 9단의 패배를 완강하게 주장했다. 박정환 9단이 대국 내내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고 있었고 오류가 나기 전까지 박정환 9단의 승률이 90% 이상으로 예측되던 상황이었다.
결국 1시간 40분 정도 양국 간에 입장 조율 과정을 거쳐 21일 재대국이 결정됐다. 이어서 하는 대국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대국이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온라인 대국 규정에 따라 3개국 심판이 모여 합의를 하도록 돼 있는데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경우 재대국을 하도록 돼 있어서 재대국으로 치러지게 됐다”고 말했다.
박정환 9단의 시간패를 완강하게 주장하던 중국도 이번 대회가 한국에서 주최하는 대회인 만큼 한발 물러섰다. 박정환 9단은 21일 오전 10시 판팅위 9단과 대국하고 승리하면 오후 3시에 또 다른 중국 기사와 대결을 펼친다.
농심배는 ‘돌부처’ 이창호 9단이 2004년 한국 기사 중 홀로 남아 중국과 일본 기사 5명을 연달아 격파하며 우승을 차지한 ‘상하이대첩’으로 유명하다. 이번 대회 역시 한국은 박정환 9단 홀로 생존해 일본과 중국 기사 5명과 승부를 펼쳐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었고, 박정환 9단은 2연승을 달리며 ‘온라인대첩’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2020-08-21 26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