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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차기만 다시” 킥 한 번 차지 않고 승격한 칠레 프로축구팀

“승부차기만 다시” 킥 한 번 차지 않고 승격한 칠레 프로축구팀

임병선 기자
입력 2017-12-28 11:56
업데이트 2017-12-2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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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도 없는 그라운드에서 칠레 프로축구 데포르테스 멜리필라 선수들이 얼싸안고 감격했다. 사실 이들은 공 한 번 차지 않고도 내년 프리메라 B(2부 리그) 승격을 확정했다.

승격 여부가 갈리는 중요한 경기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사실 칠레 세군다 디비전(3부 리그) 멜리필라는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간) 데포르테스 발레나르와 승격 결정전을 치러 승부차기 끝에 4-5로 진 팀이었다. 2차전 홈 경기 연장까지 비겨 승부차기에 들어간 발레나르는 3-4로 벼랑 끝으로 밀렸으나 후앙 실바가 동점을 만든 뒤 결국 이겼다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 가지 못했다.

멜리필라는 실바가 킥을 하러 달려갈 때 멈칫거렸다며 노 골 판정을 내려야 한다고 에두아르도 감보아 주심을 압박했고 주심도 다시 차라고 지시했다. 실바는 두 번째 킥에서도 골문을 갈랐다.

그러자 멜리필라는 이번에는 첫 킥이 속임 동작으로 실격이었으니 그 시점에 자신들의 승리로 경기가 끝났다고 항의했다. 어이없게도 국립프로축구연맹(ANFP)은 주심의 판정 잘못을 인정하며 멜리필라의 주장에 동조했다. 그래서 중립 경기장에서 관중을 입장시키지 않고 취재진과 경찰만 입장한 채 승부차기만 다시 하도록 결정했다. 옥신각신하느라 일주일이 훌쩍 흘러갔다.

당연히 발레나르 선수들은 27일 라 세레나의 라 포르타다 스타디움에 나오지 않았다. 발레나르의 경기 이사인 후안 조제 오산돈은 시즌이 이미 끝나 계약기간이 완료돼 출전할 선수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원정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날 미리 밝혔다. 그는 “할 만큼 했다고 본다”며 “법정으로 사안을 끌고 가는 것도 고려하는 옵션 중 하나”라고 말했다.

멜리필라의 골키퍼 하이메 브라보는 “경기 규칙을 따라야 한다. 규칙에는 킥하려고 달려가다 멈추면 안된다고 돼 있는데 실바는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같은 팀의 주장인 곤살로 라울러는 “우린 칠레의 축구협회(FA)가 요청하는 것을 정확히 이행했다”고 거들었다.

중립 경기장에서 970㎞나 떨어진 곳에 머무르던 발레나르의 윙어 레오넬 메나는 TV로 멜리필라 선수들이 감격하는 장면을 지켜보며 “우리 타이틀을 도둑질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 방송 CDF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하고 있는 짓은 리스펙트가 부족함을 보여줬다. 우린 도덕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큰 상처를 입었다. 우승했다고 온 도시가 축제를 벌였는데 지금은 눈물바다다. 상실감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그라운드에서 우리를 물리칠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진짜 화가 난다. 프리메라 B로 복귀할 참이었는데 지금은 내가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어이없어 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칠레 프로축구 멜리필라 구단이 27일(현지시간) 프리메라 B 승격을 축하하며 트위터에 올린 내용. 이날 경기는 무관중으로 치러졌으며 상대 발레나르 선수들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마치 관중의 축하 속에 승격의 기쁨을 만끽하는 듯한 사진을 올렸다. 멜리필라 트위터 캡처
칠레 프로축구 멜리필라 구단이 27일(현지시간) 프리메라 B 승격을 축하하며 트위터에 올린 내용. 이날 경기는 무관중으로 치러졌으며 상대 발레나르 선수들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마치 관중의 축하 속에 승격의 기쁨을 만끽하는 듯한 사진을 올렸다.
멜리필라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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