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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꺾은 이세돌 신의 한 수, 직관의 극적인 섬광”

“알파고 꺾은 이세돌 신의 한 수, 직관의 극적인 섬광”

입력 2016-09-13 15:00
업데이트 2016-09-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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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딥마인드, 판후이 공식 해설 공개“도전정신과 포기하지 않는 인내를 보여주는 한 수”

“마침내 이세돌이 일격을 날렸다. 마치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백78의 끼움이 흑의 성곽에 금을 냈다. 아무도 그 수를 예상하지 못했다.”

유럽의 프로바둑 기사 판후이 2단은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에 ‘신의 한 수’를 던진 순간을 이렇게 기억했다.

이세돌 9단은 지난 3월 9∼15일 서울에서 알파고와 ‘세기의 대국’을 펼쳤다. 알파고는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이다.

5전 전승을 자신하던 이세돌 9단은 알파고에 뜻밖의 일격을 당한다. 첫 3판에서 내리 지면서 우승을 알파고에 내준 것이다.

이 대국을 지켜본 사람들은 “인류가 인공지능에 무너지는가”라는 무기력까지 느낄 정도로 충격적인 패배였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은 포기하지 않았고, 제4국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둔다. 알파고를 무너뜨린 수가 바로 ‘백78’이었다.

판후이 2단은 딥마인드의 조력자로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꼼꼼히 기록했다.

딥마인드는 판후이 2단이 작성하고 중국의 구리 9단과 저우루이양 9단이 분석을 도운 해설을 13일 자사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1국 해설을 보면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얕봤다가 호되게 당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판후이 2단은 이세돌 9단이 1국 포석에서 특이한 수(흑7)를 두는 것을 보고 “알파고의 포석에 대해 이미 두어진 대국들의 패턴에 의존한다고 생각했다면, 이세돌은 이런 새로운 수가 알파고를 혼란스럽게 할 것으로 추측할 만하다. 하지만 이런 추측은 알파고의 실력을 과소평가한 것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사람은 흑7과 같은 처음 보는 수를 마주하면 분명 상대의 함정일 수 있다는 인상을 받을 것이고, 신중하게 대처할 것이다. 하지만 알파고의 사전에는 ‘두려움’이 없다”며 이세돌 9단의 작전이 실패로 돌아간 이유를 분석했다.

이세돌 9단이 궁지에 몰리다가 머리를 식히려고 처음으로 대국장에서 자리를 비웠을 때의 분위기도 전했다.

판후이 2단은 “방안에 감돌던 긴장감이 확연히 줄었다. 마치 대국장 안이 활이라면 사냥꾼이 잠시 활시위를 편하게 내려놓은 것 같았다”며 당시 현장을 감싸던 압박감을 묘사했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에 첫 패배를 당했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무너뜨린 백102 ‘일격’에 대해 판후이 2단은 ‘가슴 아픈 수’라고 표현했다.

돌파구를 찾지 못한 이세돌 9단이 불계패를 선언하는 순간, 판후이 2단은 “인류는 더는 바둑의 신비를 개척하는 데 혼자가 아니다. 알파고라는 새로운 파트너가 생겼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2, 3국까지 내리 진 이세돌 9단은 오히려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 4국에 임했다.

판후이 2단은 이세돌이 초반 자신감 넘치는 수를 두자 “마침내 다른 사람들의 기대와 상관없이 자신의 바둑을 둘 자신감을 찾았다는 신호로 느껴졌다”고 적었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 전투를 벌이는 장면은 “지난 대국들과 비교해서 이세돌은 훨씬 안정적이고 집중돼 보였다. 한숨을 쉬거나 고개를 젓는 모습도 없었다. 그는 완전히 대국에 몰입해 있었고, 어떤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는 듯이 보였다”고 표현했다.

4국에서 흑 돌을 쥔 알파고는 더 공격적으로 나왔다. 백을 잡은 이세돌 9단은 압박을 받으면서도 인내심을 보였다. 결정적인 기회를 기다리던 것이었다.

알파고가 자신의 승리 확률을 70% 가까이라고 확신하던 때였다.

이세돌 9단이 반격이 나섰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백78 수. 알파고가 흑돌로 만든 거대한 집 중앙에 흰 돌 하나를 끼워 넣었다.

구리 9단은 중국에서 생중계하다가 “신의 한 수”라고 탄성을 질렀다고 한다.

이세돌 9단은 이 수를 놓을 때 긴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판후이 2단은 “의심의 여지 없이 이 수는 직관의 극적인 섬광과 같았다”고 표현했다.

알파고는 분명 이 수를 받고 혼란에 빠졌다.

천하무적으로 보였던 알파고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백을 잡을 기회를 날리고 자멸했다. 승리 확률은 55%로 확 떨어졌다.

판후이 2단은 알파고를 대신해 돌을 놓던 딥마인드의 아자 황 박사의 표정을 기억했다.

대국 내내 침착한 표정을 잃지 않던 아자 황 박사는 알파고가 이상한 수를 두자 판후이 2단을 향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라고 묻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에 판후이 2단은 “나도 모른다”는 몸짓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알파고가 불계패를 선언했다.

이세돌 9단은 비록 세기의 대국에서 1승 4패로 최종 패배했지만, 인류에 희망을 안겨줬다.

판후이 2단은 “백78은 이세돌의 도전정신과 포기하지 않는 인내를 보여주는 한 수였으며, 그의 노력은 이 대국의 승리로 보상받았다”고 적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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