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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충희 전 감독 “홈팬들 시위에 퇴진 결심”

<인터뷰> 이충희 전 감독 “홈팬들 시위에 퇴진 결심”

입력 2015-01-06 08:37
업데이트 2015-01-0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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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TV 해설 복귀…”자신 있었지만, 결과는 너무 아쉬워”

한국 농구가 낳은 ‘최고의 슈퍼스타’ 한 명을 꼽으라면 빠질 수 없는 이름이 바로 ‘슛 도사’ 이충희(56) 전 원주 동부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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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자로 돌아온 이충희
해설자로 돌아온 이충희 이충희 프로농구 전 원주 동부 감독이 지난 5일 서울 서초구의 한 까페에서 만나 최근 TV 해설자로 돌아온 소감 등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역 시절 화려한 개인기와 절묘한 페이드 어웨이 슛으로 농구대잔치 시대를 풍미한 이충희 전 감독이지만 지도자가 되고 나서는 좀처럼 ‘불운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는 2013년 4월에 동부 사령탑에 선임됐으나 채 1년도 되지 않은 2014년 2월에 중도 사퇴했다. 40경기를 치러 9승31패로 부진했다.

이번뿐이 아니었다. 2007년 5월 취임한 대구 오리온스(현 고양 오리온스) 감독직에서도 같은 해 12월, 4승22패의 성적표를 받고 물러나야 했다.

두 번이나 재임 기간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사퇴했지만 사실 이 전 감독에게는 운이 너무 따르지 않았다.

동부 감독 시절에는 전체 1순위로 뽑은 외국인 선수 허버트 힐이 ‘태업설’이 나돌 정도로 무성의한 경기를 했고 팀의 간판선수인 김주성이 부상 때문에 이 전 감독이 지휘한 40경기 가운데 15경기에나 뛰지 못했다.

오리온스를 맡고 있을 때도 비슷했다. 드래프트에서 선발한 코리 벤자민, 마크 샌포드가 개막 이전에 부상으로 드러눕는 바람에 외국인 선수를 둘 다 새로 뽑아야 했고 역시 간판선수이던 김승현은 허리 부상으로 단 한 경기 출전에 그쳤다.

5일 자택 근처인 서울 서초구에서 만난 이 전 감독은 “불운했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결국 책임은 감독이 지는 것”이라며 “다 준비가 부족한 탓 아니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동부를 맡으면서 정말 좋은 성적을 낼 자신이 있었다”며 “특히 나나 삼성을 맡고 있던 김동광 감독이 좋은 성적을 냈어야 고참 감독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프로농구에서 팀 전력의 50% 이상이라는 외국인 선수가 계속 말썽이었고 팀의 간판선수는 해마다 부상에 신음했다.

게다가 이 전 감독은 동부와 오리온스에서 자신이 원하는 코치를 한 명도 기용하지 못했다. 오리온스에서는 김상식 코치, 동부에서는 김영만 코치와 함께했다.

그런 점이 성적 부진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아니냐고 물었다. 이 전 감독은 “코치를 모두 구단에서 정해준 대로 쓴 것은 맞다”고 시인하면서도 “하지만 그것도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이고 감독이 책임질 부분”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또 동부를 이끌면서 성적이 부진하자 나돌았던 ‘중앙대 계파설’에 대해서도 손사래를 쳤다.

중앙대 출신 선수들이 많은 팀 특성상 고려대를 나온 이 전 감독의 리더십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는 추측이 바로 그것이다. 이 전 감독은 “선수들은 다 잘 따라줬다”고 부인했다.

어찌 됐든 팀이 연패의 늪에서 헤매자 원주 홈 팬들은 급기야 홈 경기장에서 ‘감독 퇴진 시위’까지 벌였다.

당시 일부 팬들이 경기장에 내건 플래카드들은 언론에도 소개될 지경이었다.

이 전 감독은 “동부가 원래 강팀이었기 때문에 한창 성적이 좋을 때도 한 번이라도 지면 팬들의 반응이 보통이 아니었다고 한다”며 “그런데 매일같이 졌으니 오죽했겠느냐”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솔직히 팬들 보기가 도저히 좀 그래서, 거기에 치여서 그만두게 된 것”이라고 사퇴를 결심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 전 감독은 “사퇴하고 이틀 뒤에 바로 미국으로 건너가서 두 달 정도 지내다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퇴 시기에 즈음해서 팬들에게 받은 상처는 아직 다 아물지 않았는지 최근 팬과의 충돌을 일으킨 하승진(KCC)이나 팬들의 비난 여론에 재계약 6일 만에 자진 사퇴한 고려대 후배인 프로야구 KIA 선동열 전 감독에 대해 ‘그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2011년 용인대에서 체육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동부 감독에서 물러난 뒤 동국대 겸임교수로 강의를 해오다가 최근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으로 다시 팬들 앞에 돌아왔다.

그가 해설 복귀 후 처음 중계에 나간 경기는 공교롭게도 지난해 12월28일 동부와 LG의 원주 경기였다.

이 위원은 “사실 원주라서 썩 내키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런데 막상 갔더니 동부 구단에서는 오랜만이라며 반겨주고 팬들도 ‘무슨 일이 언제 있었느냐’는 듯한 분위기라 민망하더라”며 웃었다.

그는 “현장 경험도 살려서 시청자 여러분께 편안하게 다가가는 재미있는 해설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히며 후배 선수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 위원은 “이번 주말 올스타전 때 자유투를 던지는 이벤트에 참가하게 됐는데 지금 던져도 10개 중 7∼8개는 들어갈 것”이라며 “요즘 선수들이 화려한 것을 추구하지만 실제 경기력은 예전 우리 때만 못하다”고 지적했다.

현역 시절인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평균 22.9점을 넣는 맹활약을 펼친 그는 “결국 혼자 득점으로 해결할 능력을 갖춘 선수가 별로 없기 때문에 50점대, 60점대 경기가 자꾸 나온다”며 “KBL도 외국인 선수 비중을 늘리는 것으로 평균 득점을 올리려 해서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 전 감독은 인터뷰 내내 “동부 시절 부진한 성적을 외부 환경이나 남의 탓을 하는 것으로 기사가 나가면 절대로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며 실제로도 “감독의 책임”이라고 말하며 몇 번이나 고개를 떨궜다.

그가 최근 프로 감독으로서의 불운을 딛고 다시 명예 회복을 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2015년 새해를 맞아 이 전 감독은 “누가 다시 써줄까요”라고 웃어 보이며 “농구 발전에 이바지할 부분이 있다면 자리가 중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답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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