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에서 AFC 결승
인천 부평고 시절 재목임을 인정받아 2005년 네덜란드 20세 이하 월드컵 대표팀에 뽑혔다. 그러나 당시 이근호(27·울산)를 주목하는 이는 별로 없었다. 박주영(셀타 비고)과 김승용(울산)의 그늘에 가려져서였다. 그라운드에 나서 보지도 못한 채 대회는 끝났다. 귀국한 그를 기다리는 건 춥고 배고픈 2군 생활이었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뛰었다. 이듬해 인천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2군 리그에서 우승해 최우수선수(MVP)상을 받았지만 제대로 알아주는 이는 없었다.
이근호
10일 오후 7시 30분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리는 알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MBC스포츠+ 중계). 이근호(27)에겐 여러모로 뜻깊은 경기다. ‘최강희호’가 출범하면서 다시 대표팀에 올라탄 지 1년. 그동안 A매치 5골을 터뜨렸다. 다들 ‘제2의 전성기’라고 했다. K리그에서도 따뜻한 봄날이었다. 그는 연초에 이적한 울산에 단단히 터를 잡았다.
결승에서의 첫 목표는 두말할 것도 없이 우승 트로피다. 프로 선수가 된 뒤 단 한 번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내년에 군에 입대할 예정인 그에겐 다시 없을 기회다.
이근호는 지난 7일 AFC가 발표한 2012 올해의 선수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10일 결승에서 울산이 우승하면 그의 수상은 확정적이다. 물론 득점포까지 터뜨리면 금상첨화다. 이근호가 아시아 최고의 남자 선수 영예를 거머쥐면 1989년~1991년 이 상을 3번 수상한 김주성 대한축구협회 사무총장 이후 21년 만에 한국 선수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고비마다 심술을 부리던 행운의 여신이 이번에는 이근호에게 미소를 지을까.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2012-11-1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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