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가라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일본의 준결승전.전반 23분 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얻은 페널티킥을 차 넣은 기성용(22.셀틱)은 기쁨에 겨운 골 세리머니를 하는 듯하더니 갑자기 괴상한 표정을 지으며 얼굴을 한 손으로 긁는 원숭이 흉내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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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네티즌들이 일본을 비하할 때 쓰는 표현을 생각하면 상대국 선수들이나 응원단을 지나치게 비하하는 동작이었다.
기성용은 경기가 끝난 뒤 세리머니에 대해 “별 의미가 없었다.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만 설명했다.
그러나 골 세리머니에서 상의를 벗는 것만으로도 경고를 주는 것이 축구다.인종 차별적인 세리머니나 상대팀 또는 관중을 자극하는 내용은 더 엄격히 금기시되고 있다.
유럽 무대에서 뛰는 기성용도 한때 원정 팬들의 인종 차별적인 응원 구호에 시달린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마당에 기성용이 직접 그런 골 세리머니를 한 것은 부적절했다.
일부에서는 “기성용이 ‘일본 사람들을 비하하려고 그런 세리머니를 했다’고 말한 적이 없지 않느냐”며 옹호하려 하지만 인종 차별과 같은 세리머니를 하는 선수가 스스로 “나는 인종 차별적인 세리머니를 한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경우는 없다.
그런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한 자체로 비난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일본과 준결승에서 ‘경기도 지고 매너도 졌다’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조광래 감독이 이란과 8강전을 앞두고 공식 기자회견에서 했던 말들도 ‘도가 지나쳤다’는 평이 많다.
조광래 감독은 당시 이란의 압신 고트비 감독을 겨냥해 “고트비 축구는 고의적인 반칙이 너무 많다”고 포문을 열더니 “그것이 좋은 전술일 수도 있지만 진정한 팬들이 원하는 축구와는 거리가 멀다”며 상대 감독을 깎아내렸다.
그것도 모자라 “(고의적인 반칙을 많이 하는 것은) 고트비 감독 전술의 한 부분인 것 같다”며 “이란이 그래서 월드컵에서 성적이 안 좋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8강 경기를 앞두고 신경전 차원에서 “이란은 반칙이 많은 거친 팀”이라며 견제구를 던지는 정도만 해도 됐을 텐데 굳이 ‘고의적인 반칙을 전술로 쓰는 감독’,‘그래서 월드컵에 나가도 성적이 안 좋은 나라’라며 비하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신화’에 한 몫을 보태며 2007년까지 한국에서 5년간 일한 고트비 감독은 한국과 8강에서 연장 혈투 끝에 0-1로 패한 뒤 기자회견 자리에 앉자마자 첫 마디로 “오늘 의미 있는 승리를 거둔 한국 축구대표팀과 팬들,코칭스태프에게 축하를 보냅니다”라고 인사했다.
경기는 한국이 이겼지만 매너에서는 누가 이겼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왕의 귀환’을 목표로 내걸었던 한국 축구는 다시 4년 뒤에나 ‘왕의 귀환’을 노릴 수 있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