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야구대표팀 유일한 아마추어 중앙대 투수 김명성

AG 야구대표팀 유일한 아마추어 중앙대 투수 김명성

입력 2010-09-09 00:00
업데이트 2010-09-09 00:2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요즘 매일 광저우서 등판하는 꿈 꿔요”

“명성아! 명성아! 빨리 나와봐.” 멀리서 친구 윤지웅(23·동의대)이 손짓을 했다.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 32강전 송원대와의 경기 도중이었다. 0-1로 뒤진 1회 말. 약체팀에 선취점을 내줘 더그아웃 분위기가 안 좋았다. “왜 그래?” 중앙대 김명성(23)은 주변 눈치가 보여 입모양으로만 되물었다. “빨리 와봐. 빨리.” 윤지웅이 막무가내로 불러댔다. 경기장의 심판, 상대 선수들, 더그아웃 동료들이 모두 쳐다보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 혼잣말을 궁시렁대며 윤지웅에게 다가갔다. “야, 경기 도중에 왜 불러…내…는…” 말을 채 끝맺지 못했다. 윤지웅이 다짜고짜 김명성을 끌어안았다. “명성아, 너 아시안게임 대표로 선발됐다.” 윤지웅의 첫마디였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말. 머릿속이 빙글빙글 돌았다. 얼굴은 붉어지고 숨이 가빠졌다. “축하한다. 축하해.” 윤지웅의 말이 저 멀리서 들렸다.

이미지 확대
투수 김명성
투수 김명성


한참 뒤에야 겨우 대답을 했다. “지웅아, 고맙다.” 김명성은 아마추어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광저우아시안게임 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6일 목동구장에서 경기 도중 소식을 들었다. 소식을 전한 건 대학 라이벌이자 친구 윤지웅이었다. 우연이 겹쳤다. 윤지웅은 2011 프로야구 드래프트 넥센 1라운드 지명자다. 목동 구단사무실에 들렀다가 뉴스를 봤다. 마침 김명성은 같은 곳에서 경기를 치르는 중이었다.

“지웅이한테 소식을 들어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김명성의 고백이다. 둘은 대학 3학년 때 처음 만났다. 지난해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로 함께 뽑히면서부터다. 선수단 가운데 같은 학년은 김명성과 윤지웅 딱 둘이었다.

윤지웅은 당시 이미 아마추어 투수로선 완성 단계였다. 그해 61과3분의1 이닝을 던지며 단 1점만내줬다. 방어률 0.15. 별명은 ‘미스터 제로’였다. 대학 입학 뒤에야 투수로 전향한 김명성으로선 배울 점이 많았다. “자기 훈련만 해도 힘들고 피곤할 텐데 항상 날 도와줬어요. 투구자세도 잡아주고, 조언도 많이 해주고….” 고맙고 또 고마웠다. 그때 이후 윤지웅은 김명성의 목표이자 라이벌이 됐다. “지웅이만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어요. 지웅이가 없었으면 절대 여기까지 못 왔을 겁니다.” 야구판에서도 중요한 건 결국 사람이다.

●뚱뚱해서 시작한 야구

김인식 야구 기술위원장은 대표명단 발표 당시 “아마추어 투수 가운데 김명성이 가장 뛰어나다.”고 했다. “구위도 좋고 이닝 소화능력도 있다. 기대해 볼 만하다.”고도 했다. 이제 갓 프로에 입문할 선수로선 최고의 평가다. 그런 김명성은 언제 어떻게 야구를 시작하게 됐을까. 초등학교 3학년 겨울이었다. 운동에 재능이 있어 시작한 게 아니었다. 너무 뚱뚱해서 시작했다.

당시 김명성 키는 반 친구들 가운데 앞에서 다섯 번째였다. 그런데 몸무게는 60㎏을 넘어갔다. 가족들은 저녁밥 먹을 때면 김명성 방의 문을 닫아 버렸다. 그러면 꼬마 김명성은 방 안에서 혼자 울었다. “못 먹게 하는 게 너무 서러워서…”라고 설명했다. 극약처방이 필요했고 결국 학교 야구부에 가입했다. 초등학교 내내 살을 빼기 위해 방망이를 돌리고 공을 던졌다. 그러다 야구에 푹 빠져 버렸다.

●드래프트 실패·투수 전향

장충고를 졸업할 때까지 3루수로 뛰었다. 맞히는 능력이 좋고 수비도 곧잘 했다. 특히 강한 어깨가 돋보였다. 그런데 고교 졸업 당시 프로팀 지명을 못 받았다. 프로에서 뛰기엔 공격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대세였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야구를 포기하긴 싫었다. 중앙대에 진학했고 투수로 변신을 시도했다. 야구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쉽지 않았다. 2년 동안 투구연습만 했다. 공식 경기에는 못 나섰다. 하루에 200개씩 공을 던졌다. 손가락 피부가 다 쓸려 나갔다. 물집이 잡히고 터지기를 반복했다.

바늘이 살을 관통하는 느낌. 그래도 마음이 급했다. “늦게 시작한 만큼 많이 던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시간은 갔다. 물집이 잡혔던 손가락엔 굳은살이 박혔다. 이제 공을 아무리 던져도 많이 아프지 않다.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등판을 시작했다. 성적이 괜찮았다. 올 시즌엔 11경기에 나가 68이닝을 던졌다. 6승 무패 방어률 1.72를 기록했다.

●아시안게임… 최선을 다할 뿐

요즘 매일 밤 아시안게임 무대에 등판하는 꿈을 꾼다. 김명성은 “생각 안 하려고 하는데도 눈을 감으면 자꾸만 떠오른다.”고 했다. 꿈속에서 김명성은 깜짝 선발로 나서 승리투수가 되곤 한다. 매번 환호하다 잠을 깬다. 사실 광저우에서 김명성의 역할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무래도 훨씬 실력 있는 프로 선배들이 많으니까요.” 그런 사실은 김명성 자신도 잘 안다. 그래도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을 거라고 했다. “조그마한 역할이라도, 원포인트 구원이라도 던질 수만 있다면 최선을 다할 겁니다. 자신 있습니다.” 김명성이 슬쩍 웃음을 보였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2010-09-09 28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