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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우울·강박증 저주파 치료 시대 열리나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우울·강박증 저주파 치료 시대 열리나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1-01-20 17:02
업데이트 2021-05-2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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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90분씩 5일간 개인 맞춤형 저주파 치료로 강박증 완화
하루 3~10분씩 10일간 맞춤형 저주파 치료로 우울증 제거
새로운 치료기술도 좋지만 우울증, 강박증 만드는 사회개선이 필요

저주파 전류로 우울증, 강박증 없앤다
저주파 전류로 우울증, 강박증 없앤다 ‘현대사회병’이라 불리는 강박증, 우울증은 행동·인지치료나 약물치료로도 증상이 완화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에 과학자들이 개인 맞춤형 저주파 전기자극으로 환자의 불편함 없이 정상에 가깝게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미국 정신건강연구소(NIMH) 제공
1998년 영화 ‘이보다 좋을 순 없다’와 2013년 한국영화 ‘플랜맨’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주인공들이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강박증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특정 생각이나 장면이 반복적으로 떠올라 그로 인한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증상입니다. 외출할 때 문이 제대로 잠겼는지 수십 차례 확인하거나 피부가 벗겨질 정도로 손을 자주 씻는 행위도 강박장애의 일종입니다. 강박증은 인지 및 행동치료, 약물치료 방법으로 개선을 꾀하지만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미국 보스턴대 심리학 및 뇌과학과, 시스템 신경과학연구센터, 인지신경영상센터, 감각커뮤니케이션 및 신경기술연구센터 공동연구팀은 의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 1월 19일자에 강박증 환자 각자의 뇌파 특성에 따라 맞춤형 저주파 전기자극을 하면 기존 행동 및 약물치료보다 치료 효과가 더 낫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다양한 형태의 강박증에 시달리는 성인 남녀 128명을 선정했습니다. 이들의 뇌파를 측정한 뒤 개인 맞춤형 저주파 전류로 매일 90분씩 5일 동안 안와전두피질을 자극했습니다. 안와전두피질은 눈 바로 뒤쪽에 위치한 대뇌피질 부위로 의사결정 및 기타 인지과정에 관여하는 부위입니다. 그 결과 강박증상을 최대 3개월 동안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증상이 심각한 사람일수록 치료 효과는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기술은 두개골을 절개하거나 주삿바늘을 꽂지 않고 단순한 외부 자극만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대 의대 연구팀도 맞춤형 저주파 전기자극으로 중증 우울증을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 메디슨’ 1월 19일자에 발표했습니다.

우울증은 현대사회에서 가장 흔한 정신 장애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약 2억 6400만명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연간 수천명이 우울증으로 목숨을 잃는 등 간단히 넘길 수만은 없는 질환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우울증 환자의 약 30%가 표준 정신치료나 약물치료로도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이에 연구팀은 기존 치료법으로는 효과를 보지 못한 중증 우울증 환자 12명을 대상으로 두개골 10곳에 작은 전기침을 꽂은 뒤 매일 3~10분씩, 10일 동안 맞춤형 저주파 전기자극을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우울 증상이 점차 개선됐고 최대 6주 동안 정상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물론 실제 임상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한 시험 단계입니다.

강박증, 우울증 등은 20세기 이후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흔히 ‘현대사회병’이라고 불립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우울증이나 강박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맞춤형 치료법 개발은 시급한 실정입니다. 그와 함께 우울증, 강박증 환자가 늘고 있는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아 개선하려는 사회적, 정책적 노력도 동반돼야 할 것입니다. 타인을 적으로 여기는 무한 경쟁과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노예 상태로 만드는 자기 개발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현대사회가 이런 정신 장애를 부추기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봐야 할 때입니다.

edmondy@seoul.co.kr
2021-01-2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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