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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빙붕 60% 사라질 위기…코로나 뒤에 숨은 지구 온난화의 무서운 경고

남극 빙붕 60% 사라질 위기…코로나 뒤에 숨은 지구 온난화의 무서운 경고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0-08-26 19:40
업데이트 2020-08-2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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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英·네덜란드 공동연구팀 네이처 발표
기온 상승으로 얼음 녹으며 만든 균열이 빙붕 붕괴 원인
동남극 빙하 녹는 속도 연 7~16m...따뜻한 바닷물 영향

바다 근처 두께 300~900m의 얼음덩어리
온난화로 녹아 표면 균열 생겨 쉽게 붕괴
현재 추세면 80년 뒤 해수면 1m 높아져

英·濠·日 연구팀은 東남극 빙하 31곳 관측
“따뜻한 물 유입… 年 7~16m 속도로 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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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르센 빙붕은 남극대륙에서 가장 큰 빙붕 중 하나로 남극 빙하의 버팀목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해 급속히 붕괴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라르센 빙붕에 커다란 균열이 생긴 모습.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 제공
라르센 빙붕은 남극대륙에서 가장 큰 빙붕 중 하나로 남극 빙하의 버팀목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해 급속히 붕괴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라르센 빙붕에 커다란 균열이 생긴 모습.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 제공
인류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전무후무한 감염병인 코로나19와의 전쟁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에 인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더 무시무시한 적이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다름 아닌 지구온난화와 그로 인한 기후변화다. 극지방을 중심으로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됐다.

미국 컬럼비아대 라몬도허티 지구관측소, 지구환경과학과, 환경공학과, 컴퓨터과학과, 미국 구글, 영국 에든버러대 지구과학부,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해양대기연구소 공동연구팀은 남극의 빙붕 절반 이상이 얼음이 녹으면서 만들어지는 표면 균열에 취약해 쉽게 붕괴된다고 밝혔다. 이런 빙붕의 물리적 특성은 남극을 덮은 얼음 손실을 가속화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8월 27일자에 실렸다.

빙붕은 내륙에서 흘러든 빙하가 바다를 만나면서 평평하게 얼어붙은 두께 300~900m의 거대한 얼음덩어리다. 바다와 맞닿아 있는 부분에서 빙붕이 계속 떨어져 나가 빙산을 형성하지만 빙하가 계속 흘러들면서 일정한 크기를 유지하게 만든다.

기후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남극에 있는 얼음이 모두 녹을 경우 해수면은 60m가량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2100년에는 전 세계 해수면이 지금보다 1m, 2500년에는 15m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를 늦추기 위한 방법을 연구함과 동시에 남극 대륙의 얼음이 어떻게 녹고 있는지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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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기온 상승으로 남극 조지6세 빙붕 표면의 얼음이 녹아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긴 모습. 표면에 생긴 물웅덩이는 빙붕의 균열을 만들고 이는 빙붕이 붕괴되기 쉽게 만든다. 유럽우주국(ESA) 제공
여름철 기온 상승으로 남극 조지6세 빙붕 표면의 얼음이 녹아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긴 모습. 표면에 생긴 물웅덩이는 빙붕의 균열을 만들고 이는 빙붕이 붕괴되기 쉽게 만든다.
유럽우주국(ESA) 제공
연구팀은 빙붕의 붕괴 과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남극에서 네 번째로 큰 빙붕인 ‘라르센C’와 ‘조지6세’에 대한 위성 관측을 실시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심층학습과 응력분석을 실시해 남극 전체의 표면 균열을 지도로 만들고 붕괴에 취약한 지점을 예측했다.

그 결과 남극 빙붕 60% 이상이 표면의 얼음이 녹으면서 만들어 내는 균열로 쉽게 붕괴될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붕 표면이 많이 녹을수록 남극 얼음들이 쉽게 녹아 부서지고, 이는 다시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악순환을 만들게 된다는 설명이다.

일본 홋카이도대 저온과학연구소, 북극연구소, 국립극지연구소, 고등과학대학원대학교, 해양지구과학기술원, 호주 태즈매니아대 남극기후·에코시스템 합동연구센터, 영국 자연환경연구위원회 남극조사소 공동연구팀도 남극 빙하 붕괴 원인과 그동안 서(西)남극에 비해 얼음이 녹는 속도가 느리고 붕괴에 안정적인 곳으로 알려진 동(東)남극도 위험하다는 연구 결과를 기초과학 및 공학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8월 25일자에 발표했다.

동남극은 서남극보다 고도가 다소 높아 얼음이 덜 녹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연구팀은 동남극 뤼초프홀름만(灣)의 시라세 빙하 31개 지점을 관측해 분석했다. 그 결과 빙하가 바다 쪽으로 흘러 내려오면서 혓바닥처럼 툭 튀어나와 있는 ‘빙하혀’ 부분에 따뜻한 물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연간 7~16m의 속도로 얼음이 녹고 있는 것을 밝혀냈다. 이와 함께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해풍의 영향을 받아 바람이 약해지는 여름에 따뜻한 물이 더 많이 유입돼 예상보다 빠르게 녹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너선 킹스레이크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극지방 얼음 붕괴 과정과 원인을 정확히 이해한다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를 좀더 정확히 예측해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행동을 촉구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20-08-2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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