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식량 부족 해결사인가 밥상 안전 위협자인가

‘GMO’ 식량 부족 해결사인가 밥상 안전 위협자인가

입력 2013-06-04 00:00
업데이트 2013-06-04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유전자변형’ 30년… 끝없는 논란

1983년 5월 19일.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에 새로 만들어진 꽃에 대한 벨기에와 독일 연구진의 논문이 실렸다. 식물이 ‘아그로박테리움’에 감염되는 과정에서 박테리아의 유전자 일부가 식물세포로 이동하는 현상을 이용해 항생제에 저항하는 물질을 일부러 꽃의 유전자에 심어 항생제 저항성을 갖는 꽃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전까지 식물종을 개량하기 위해서는 여러 대에 걸쳐 식물을 교배시키는 ‘육종’이 유일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아그로박테리움을 이용하면 이 같은 절차 없이 전혀 새로운 식물을 단시일 내에 만들 수 있었다. 과학계는 이 같은 조작법에 ‘유전자변형’(GM)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오늘날, GM작물(GMO)은 실험실 속이 아닌 현실 속의 식물이 됐다. 벌레에 저항성을 갖는 목화와 카놀라, 물이 없어도 자랄 수 있는 옥수수와 유채, 제초제에 저항성을 갖는 콩 등이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재배되고 있다. 미국 내에서 유통되는 밀과 옥수수의 80%는 GMO일 정도다.

몬산토, 듀폰, 바스프 등 세계적 화학기업들의 가장 큰 수익원은 이미 화학약품이 아닌 GMO다. 시장조사기관들에 따르면 2015년 세계 GMO시장 규모는 2100억 달러(약 237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GMO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거세다. 옹호하는 진영에서는 GMO가 인구증가로 인한 식량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몬산토 관계자는 “물 부족과 화학비료의 남용 등으로 점차 작물을 재배할 공간이 줄어들 수 있는 상황에서, GMO는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며 생산량도 증대되는 만큼 확실한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전성에 대한 수많은 연구가 진행됐지만, 실질적으로 인체 위해나 환경파괴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적은 한 차례도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물론 일반 소비자들도 GMO 확산을 경계하고 있다. GMO가 인체에 대를 이어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아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인위적인 조작을 거친 GMO가 자연에 있는 작물과 교배할 경우 환경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GMO 회사들이 ‘번식을 하지 못하는 식물’을 만드는 것이 환경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이익 때문이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3일 “제3세계의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GMO가 필요하다면서 번식이 불가능한 식물을 만들어 매년 종자를 사도록 하는 행태는 이중적”이라고 지적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2013-06-04 23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