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기억 지울수 있는 길 텄다…기억 재구성 메커니즘 규명
국내 연구진이 기억의 조각들이 뇌 속에서 안정적으로 저장되고 재구성되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성폭행이나 재난·재해 등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공포기억을 사라지게 하거나 기억의 왜곡·유실 등을 바로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기억은 사람이나 동물이 경험한 것을 저장·유지·회상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저장기간에 따라 수초에서 수십분 유지되다 사라지는 ‘단기기억’과 오랜 기간 유지되는 ‘장기기억’으로 구분된다. 장기기억은 유전자 발현과 단백질 합성을 통해 시냅스의 구조가 공고해지는 ‘경화’(硬化) 과정을 거치며 형성된다. 기억을 다시 떠올리거나 정보가 추가, 수정돼 저장될 때는 ‘재경화’ 과정을 거친다. 지금까지의 연구에서 재경화가 일어날 때는 시냅스에서 단백질의 분해와 합성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그 과정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강 교수팀은 군소(바다달팽이의 일종)의 꼬리에 반복적인 전기 자극을 주는 방법으로 공포 기억이 재경화되도록 했다. 강 교수는 “군소와 달리 사람은 뉴런이 100억개 이상으로 실제 적용까지는 많은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면서 “특정 기억을 유지하거나 지우는 과정으로 응용한다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처럼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발생하는 정신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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