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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깨스트] “최시원 사건에 왜 우리 개 사진을“ 반려동물 업체 대표, 언론사에 패소

[판깨스트] “최시원 사건에 왜 우리 개 사진을“ 반려동물 업체 대표, 언론사에 패소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19-05-10 16:20
업데이트 2019-06-02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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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깨스트 - ‘판결을 쉽고 재미있게 깨드립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년 10월 중순, 서울의 한 유명 한식당 대표가 목줄을 하지 않은 개에게 물려 치료를 받다 패혈증으로 사망한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개의 주인이 유명 가수이자 배우인 최시원씨로 알려져 더욱 논란이 됐죠. 최씨가 반려견인 프렌치 불도그의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과 함께 당시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외출 시 반려견에게 목줄과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하자는 이른바 ‘최시원 특별법’의 입법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최씨는 지난달 1일 “저와 관련된 모든 일에 더욱 주의하겠다”면서 “많은 분들께 심리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법원에서 당시 사건에서 비롯된 판결이 있었습니다. 당사자는 최씨도, 한식당 대표도 아닌 전혀 아니었는데요.

프렌치 불도그 견종을 포함해 반려동물의 분양과 관련 도·소매업을 하는 김모씨는 지난해 1월 A신문사와 B종합편성채널 방송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한식당 대표의 사고를 당시 많은 언론들이 보도를 했는데 A사와 B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려동물 업체 대표 “프렌치 불도그 사진 저작권 침해·영업방해”

김씨는 A사의 ‘이웃집 반려견<프렌치 불도그>에 물린 50대 여성, 3일 만에 사망’이라는 제목의 기사와 B사의 한 프로그램에서 관련 사고를 방송하면서 자신이 촬영한 프렌치 불도그의 사진을 내보낸 점을 문제삼았습니다. 분양사업을 위한 프렌치 불도그 사진을 방송에 내보내 자신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영업을 방해했으며 마치 자신이 분양하는 개들이 이 사고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김씨는 A사와 B씨가 각각 3000만원의 위자료와 지연손해금을 지급하고 각각 정정보도문을 내야 한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정정보도를 하지 않을 경우 매일 300만원씩을 줘야 한다는 조건도 덧붙였죠.

그러나 법원은 김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우선 A사의 기사에 대해서는 “해당 보도가 원고의 저작권, 영업권, 인격권을 침해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했는데요. A사의 기사에 김씨가 찍었다는 프렌치 불도그의 사진은 물론이고 아무런 사진이 첨부되지 않았고, 프렌치 불도그의 일반적인 특성을 설명했지만 김씨의 분양사업에 관련된 개들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B사의 방송에 사용된 프렌치 불도그 사진은 김씨가 촬영한 것이 맞다고 인정이 됐는데요. 그러나 A사와 마찬가지로 B사의 방송 내용으로 김씨의 저작권이나 영업권 등이 침해되고 명예가 훼손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법원 “프렌치 불도그 사진 저작물로 볼 수 없다”

판결을 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 이동욱)는 “이 사건 사진을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사진저작물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저작물’이 되기 위해서는 창작성이 필요합니다. 특히 사진저작물은 피사체의 선정이나 구도의 설정, 빛의 방향과 양의 조절, 카메라 각도의 설정, 셔터의 속도, 촬영기회의 포착, 기타 촬영방법, 현상과 인화 등의 과정에서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되어야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된다는 게 판례입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사진에는 아무 것도 착용하지 않은 프렌치 불도그가 정면 내지 측면을 응시하고 있을 뿐 별다른 소품이나 장치는 확인되지 않는다”면서 “촬영 및 인화 등의 과정에서 개성과 창조성이 드러나는 기법을 사용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오히려 피사체인 프렌치 불도그 견종 자체만을 충실하게 표현해 광고라는 실용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임이 인정될 뿐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B사의 방송 내용에 김씨의 이름이나 김씨가 운영하는 업체의 상호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고 사진에 등장하는 개들의 이름이나 소유자가 누구인지도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가 인정되려면 피해자가 특정돼야 합니다. 그런데 방송 어디에서도 김씨나 업체에 관련된 내용이 나오지 않았으니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B사의 방송 내용은 “최근 반려견에 의한 사고가 빈발하고 있어 그에 대한 안전조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고, 그 과정에서 비춰진 프렌치 불도그의 사진은 단순히 프렌치 불도그라는 견종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예시사진이었던 만큼 김씨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가해행위를 했다고는 볼 수 없다는 판단입니다.

마찬가지로 단순히 프렌치 불도그의 사진을 보여준 것만으로 김씨 업체의 영업을 방해했다고 볼 여지도 없다고 재판부는 밝혔습니다.

결국 김씨의 모든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원고 패소로 결론이 났습니다. 판결은 지난 3월 선고됐고 김씨는 항소를 하지 않아 지난달 초 최종 확정됐습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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