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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없어” 사망사고 뒤 큰소리친 50대…엿새 전 마약 영향 인정될까

“재수없어” 사망사고 뒤 큰소리친 50대…엿새 전 마약 영향 인정될까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1-12-22 17:13
업데이트 2021-12-2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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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 횡단보도서 친 50대 무면허 사고
검찰 “엿새 전 투약한 마약 때문에 난 사고”
1심은 마약 영향 인정 안해…징역 3년 선고
피고인 “절대 마약에 취한 운전 아니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하고선 사고 현장에서 “재수가 없었어”라고 큰소리친 50대에 대해 검찰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22일 춘천지법 형사1부(부장 김청미) 심리로 열린 장모(53)씨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같이 구형했다.

장씨는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7시 40분쯤 춘천시 근화동에서 무면허 상태로 스타렉스 승합차를 몰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A(27·여)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사고 충격으로 피해자 A씨는 약 27m를 날아갔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목숨을 잃었다.

경찰이 사고 현장에 출동했을 당시 장씨는 바닥에 앉아 “어휴 재수 없어, 재수가 없었어”라며 큰소리를 치며 있었다.

조사 결과 장씨가 사고 엿새 전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드러나자 검찰은 “사고 당시 장씨가 약물로 인해 정상적인 운전인 곤란한 상태였다”며 위험운전치사죄 성립을 주장했다.

장씨는 마약 전과 8회에 무면허운전으로도 3번이나 처벌받기도 했다.

재판의 쟁점은 장씨의 사고가 필로폰 투약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 여부였다.

경찰은 사고 엿새 전 장씨가 마약을 투약했음을 밝혀냈고 위험운전치사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처음에 경찰이 혐의를 무리하게 적용했다고 봤다. 마약 투약 시점과 교통사고 시점이 일주일가량 차이가 있어 약물로 인해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다는 점을 단정짓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검찰은 뒤늦게 위험운전치사죄로 공소장을 변경했고, 당시 출동 경찰관들을 법정에 증인으로 세우며 위험운전치사죄 성립을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필로폰 투약 시 일반적으로 약 8~24시간 효과가 지속되는 점 등을 들어 위험운전치사죄는 무죄로 판단하고, 교통사고처리법상 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투약 후 혈액 내 마약류 농도가 줄어드는 반감기와 사고 직후 이해할 수 없는 언행을 한 점을 고려하면 약물 영향으로 인해 사고를 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1심에서 무죄가 나온 ‘위험운전치사죄’ 입증을 위해 전문기관의 의견을 듣고자 사실조회를 신청하기도 했지만, 해당 기관에서는 ‘회신 불가’ 답변이 돌아왔다.

장씨는 최후진술에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살아가는 동안 피해자 가족께 사죄하며 살겠다. 절대 마약에 취해 운전하지 않았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선고공판은 내년 1월 21일 열린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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