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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값 폭행, 80~90% 과장·허구”…최철원, 10년 지나 항변한 이유

“맷값 폭행, 80~90% 과장·허구”…최철원, 10년 지나 항변한 이유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1-12-16 13:57
업데이트 2022-02-1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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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 당선 뒤 인준 거부에 소송

재판 뒤 입장 밝히는 최철원
재판 뒤 입장 밝히는 최철원 이른바 ‘맷값 폭행’ 논란으로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 인준이 거부된 최철원 마이트앤메인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회장 지위 확인 청구 소송 마지막 심문기일을 마친 뒤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2.16
연합뉴스
1인 시위를 하던 50대 운수 노동자를 “한 대에 100만원”이라며 야구방망이로 때린, 이른바 ‘맷값 폭행’ 논란의 당사자인 최철원 마이트앤메인 대표가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 인준 거부에 대해 대한체육회의 농간이라며 “내가 한 행위에 대해 80~90% 이상 떳떳하게 생각하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최철원 “인준 거부는 대한체육회장 농간 때문”
최 대표는 16일 서울동부지법에서 회장 지위 확인을 청구하는 본안 소송과 관련해 최종 변론을 마친 뒤 “인준이 거부된 것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농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지난해 12월 17일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차기 회장 선거에서 당선됐다. 상대 후보인 전영덕 경희대 체육대학 동문회장을 62대 20의 압도적인 표차로 누른 결과였다.

그러나 최 대표의 회장 당선은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그는 화물차량 기사를 때리고 ‘맷값’이라며 2000만원을 건넨 일로 사회적 공분을 샀던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1대에 100만원” 1인시위 노동자 폭행…유죄 판결
‘맷값 폭행’ 최철원
‘맷값 폭행’ 최철원 고용승계 문제로 마찰을 빚은 탱크로리 기사를 야구방망이와 주먹으로 때린 뒤 ‘맷값’이라며 2000만원을 건넨 혐의로 SK가의 최철원 전 M&M 대표가 2010년 12월 2일 당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지방경찰청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 대표는 2010년 SK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50대 운수 노동자를 불러다 “한 대에 100만원이다”라며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야구방망이와 주먹으로 십수대를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피해자는 회사 인수합병 과정에서 고용승계를 해주지 않는다며 SK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최 대표는 피해자를 사무실로 불러 무릎을 꿇게 한 채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로 “한 대에 100만원”이라며 10대를 때렸다. 피해자가 “더 이상 못 맞겠다”, “살려달라”고 애원하자 “한 대에 300만원”이라며 3대를 더 때리고서 ‘맷값’으로 1000만원권 수표 2장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이 알려지며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최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았고, 2심에서 ‘피해자와 합의했고,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등의 이유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석방됐다.

이 사건은 영화 ‘베테랑’ 속 ‘조태오’(유아인 분) 캐릭터의 모티브 중 하나가 됐다.

최철원 “영화 ‘베테랑’도 95%는 과장과 허구”
영화 ‘베테랑’의 등장인물 ‘조태오’
영화 ‘베테랑’의 등장인물 ‘조태오’
최 대표는 “‘맷값 폭행’ 관련한 언론 보도는 85% 과장과 허구로 나온 것”이라며 “영화 ‘베테랑’도 95%는 과장과 허구”라고 반박했다.

그는 “영화를 재미있게 만들어서 나 같은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고 국민들을 속 시원하게 해줬다면 다행이지만 내가 두들겨 패고 돈을 던져줬다는 건 허구”라며 “1대에 200만원이라는 말을 한 적도 없고 돈을 던져준 적도 없다. 돈은 온라인으로 송금해줬다”고 덧붙였다.

女배구 ‘쌍둥이 학폭’→체육계 폭력 근절 여론 높아져
대한체육회는 지난 1월 대한아이스하키협회의 최 대표 회장 인준 신청서를 접수했으나 여론의 역풍을 의식해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특히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의 과거 학교폭력 사건을 계기로 체육계에 만연한 폭력을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최 대표에 대한 반대 여론도 커졌다.

결국 체육회는 2월 16일 ‘사회적 물의’를 이유로 최 대표의 인준을 최종 거부했다.

최 대표는 이에 반발해 서울동부지법에 회장 지위 확인을 청구하는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을 잇달아 제기했다.

가처분 신청은 지난 5월 기각됐고, 본안 소송과 관련한 최종 판결은 내년 2월 10일에 내려진다.

법원이 체육회의 손을 들어주면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다시 새 회장을 뽑아야 한다.

최철원 “억울했지만 10년간 침묵…떳떳하게 살았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 인준 거부’ 최철원 당선자 기자회견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 인준 거부’ 최철원 당선자 기자회견 이른바 ‘맷값 폭행’ 논란으로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 인준이 거부된 최철원 마이트앤메인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회장 지위 확인 청구 소송 마지막 심문기일을 마친 뒤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2.16
연합뉴스
최 대표는 “3년 전부터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을 맡아달라는 아이스하키인들의 의견을 많이 들었지만 고사했다. 나보다 능력 있고 큰 기업을 운영하며 재력 있는 분이 하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래도 맡아달라는 얘기를 계속 들어서 어렵게 수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2021년 1월에 했고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 선거는 지난해 12월에 했다”며 “그런데 체육회로부터 연락이 와서 인준을 지금 올리지 말고 체육회장 선거가 끝난 뒤에 올리면 이기흥 회장의 임기가 시작하자마자 인준하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이기흥 회장이 당선된 뒤에 얘기가 달라졌다”며 “이기흥 회장이 소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인준을 거부했다. 사실 이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오긴 싫었지만 나를 지지해준 많은 분이 있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맷값 폭행’ 판결에 대해 최 대표는 “내가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내가 구속되고 벌을 받아야 해결된다는 조언을 받아서 유죄 판결받으려고 스스로 걸어 들어간 것”이라며 “억울했지만 대응하지 말고 10년 동안 말하지 말라는 조언을 받아서 10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한번 만들어진 내용은 나중에 거짓으로 밝혀지더라도 사람들이 쳐다보지 않는다”며 “그렇다고 모든 게 거짓이라는 건 아니지만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나는 자식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내가 한 행위에 80∼90% 이상 떳떳하게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그래서 떳떳하게 얼굴 들고 산다”며 “난 부끄럽게 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법원이 체육회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릴 경우 항소할 것이냐는 질문에 “항소는 검토를 더 해봐야 한다. 회장 공백기가 더 길어지면 협회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분이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의견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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