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수상태 아버지 보러 갔다고 벌금형… 민변 “과잉 처벌”

혼수상태 아버지 보러 갔다고 벌금형… 민변 “과잉 처벌”

민나리 기자
민나리 기자
입력 2021-10-20 18:00
수정 2021-10-21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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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불안·정신병적 조증 외출마저 벌금”

외국에서 일하던 A씨는 아버지가 낙상사고로 뇌수술을 받고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귀국길에 올랐다. 코로나19 확산세로 자가격리를 해야 했지만 아버지가 치료받고 있는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고 생각한 A씨는 1시간가량 격리조치를 위반하게 됐다. 다른 형제들 모두 외국에 있는 상황이라 아버지를 돌볼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만 결국 A씨는 기소됐고, 법원은 A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민주사회를 위반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가 20일 진행한 ‘코로나19와 범죄화: 코로나19 관련 사법처리 현황과 문제점’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정부 당국의 엄벌주의 기조로 A씨와 같이 부득이한 경우에도 과도한 벌금형이 선고되는 등 과잉 처벌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변론센터는 대법원 판결문 열람시스템을 통해 566건의 확정 판결문을 분석했는데 이 가운데 무죄를 받은 건 1건에 불과했다. 벌금형 선고는 439건(약 77.6%), 징역형 선고는 126건(22.3%)이었는데, 이 중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를 받은 건 135건에 그쳤다. 선고유예와 무죄를 제외하면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기소된 피고인들 중 97% 이상이 형사처벌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개별 사례들을 살펴봤을 땐 개인이 처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경우가 다수 있었다. A씨의 사례처럼 가족의 임종이나 위독한 가족의 병 구환을 위해 격리 조치를 위반하거나, 자신의 지병을 치료받기 위해 이탈했을 때도 법원은 선고유예를 초과하는 형을 부과했다. 피고인이 분리불안, 정신병적 조증이 있고 집을 나갔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상황에도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한 사례도 있었다.

조은호 변호사는 “형사처벌은 다른 모든 제재 수단을 적용하더라도 해결되지 않는 마지막 순간에 적용돼야 하는데 그러지 않은 사례들이 많다”면서 “법원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고려한 뒤 판단을 내려 법적 안정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첨언했다.

2021-10-2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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