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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선의 시시콜콜] 백신 1차 접종해도 실외선 마스크 벗으라고? 정부 조급증

[임병선의 시시콜콜] 백신 1차 접종해도 실외선 마스크 벗으라고? 정부 조급증

임병선 기자
입력 2021-06-18 12:16
업데이트 2021-06-18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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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가 17일(현지시간) 코로나19 유병률 조사 논문을 보도하면서 인용한 사진. 주말 런던의 쇼핑 중심지인 소호의 올드 콤프턴에 있는 노천 카페 등에 마스크도 쓰지 않은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도 하지 않고 빼곡히 모여 있다. 성인 인구의 80%가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마친 영국의 신규 확진자는 이날 1만 1007명을 기로갛며 4개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게티이미지 자료사진
영국 BBC가 17일(현지시간) 코로나19 유병률 조사 논문을 보도하면서 인용한 사진. 주말 런던의 쇼핑 중심지인 소호의 올드 콤프턴에 있는 노천 카페 등에 마스크도 쓰지 않은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도 하지 않고 빼곡히 모여 있다. 성인 인구의 80%가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마친 영국의 신규 확진자는 이날 1만 1007명을 기로갛며 4개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게티이미지 자료사진
코로나19 백신을 1차 접종 받은 사람들은 다음달부터 실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정부의 인센티브 제시가 상당한 혼선을 불러오고 있다. 백신 접종이 가져올 수 있는 효과를 백신 접종을 늘리기 위한 유인책으로 써서 결과적으로 정책 목표와 수단을 혼동시킨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가 백신 접종의 효과를 인센티브로 제시해 혼선 부채질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받은 사람은 실외 마스크 착용 수칙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권 장관에 따르면 1차 접종 후 2주가 지난 사람과 2차까지 받은 사람은 다음달부터 실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다. 공원과 등산로 등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산책이나 운동 등의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다만, 다수가 모이는 집회·행사의 경우 실외라 하더라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당장 전문가들은 실외에서 접종자와 미접종자를 구분하기 힘들고, 다수가 밀집하는 장소에서는 감염 위험이 여전해 섣부른 결정이라고 우려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해외 사례를 보면 양쪽이 2차 접종을 마쳐야 대면을 할 수 있게 한다”며 “1차 접종자에게 방역 지침을 완화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이어 “백신을 1회 접종했을 때는 변이 바이러스에 취약하다”면서 “정부는 사망률을 100% 예방할 수 있다고 하지만 감염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도 “전반적인 인센티브 안에는 찬성하지만 1차 접종자를 대상으로 실외 마스크 착용을 완화하는 방안은 급하게 생각한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교수는 “현재는 1차 접종 2주 뒤부터 인센티브가 부여되는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접종 후 4주가 지나면 예방 효과가 많이 올라간다”며 방역 수칙을 완화해주는 시점을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와 방역당국은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본다. 박혜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방역지원단장은 “야외에서는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 있고, 특히 1차 접종을 마쳤으면 타인으로의 전파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국내에서 많이 발견된 영국 변이는 현재 진행 중인 예방접종에 의한 차단 효과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우려도 있겠지만, 현재 변이 유입 차단을 위해 큰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브라질, 인도발 변이에 대해서는 아직 우려가 남아있는 상황”이라면서도 “국내에서 유행하고 있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고 덧붙였다.

접종자와 미접종자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지적에는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이 “다수의 인파가 밀집된 실외 현장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는 시민들에 대해서는 상시로 예방접종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통제가 얼마나 실행되고 효과를 거둘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와 방역 당국은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한 적이 없다. 대신 지방자치단체가 행정명령으로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는데 적지 않은 이들이 야외활동 시 마스크가 의무화됐다고 오해하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 셀트리온 캡처
정부와 방역 당국은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한 적이 없다. 대신 지방자치단체가 행정명령으로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는데 적지 않은 이들이 야외활동 시 마스크가 의무화됐다고 오해하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 셀트리온 캡처
당국은 ‘실외 마스크 의무화’ 하지 않아, 지자체가 행정명령으로 과태료 부과

하지만 정부와 보건당국은 처음부터 실외에서 마스크를 의무화하지 않았다. 적지 않은 이들이 오해하는 대목이다. 지난 4월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낸 ‘생활 속 거리두기 실천지침 : 마스크 착용’을 보면, ‘실외 집회·행사 등 여럿이 모이는 경우는 거리두기에 관계없이 마스크를 쓴다. 실외에서 타인과 2m 이상 거리두기가 어려운 경우에도 마스크를 착용한다’고 돼 있다. ‘~해야 한다’가 아닌 권고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는 건 전국 17개 시·도가 이 지침을 근거로 ‘마스크 착용 행정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지침에 따르면 공원 등에서 타인과 2m 이상 떨어져 있을 수 있으면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바깥에서 주변에 사람이 없을 때 마스크를 벗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CDC는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지역도 있으니 미리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물론 백신 접종자에게 실외 ‘노(No) 마스크’를 허용하고 있다.

이스라엘을 시작으로 벨기에, 프랑스도 실외에선 마스크를 벗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슬립 스트림’은 원래 도로경주 사이클 팀이 앞 선수가 공기 저항을 줄여주면 뒤의 선수가 체력과 근력을 아끼는 전술 명칭이었다. 빙속 경기도 마찬가지다. 뒤쪽의 공기 흐름이 흐트러져 선수들이 내뱉은 비말이 10m 떨어진 곳까지 날아간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에 발표됐다.
‘슬립 스트림’은 원래 도로경주 사이클 팀이 앞 선수가 공기 저항을 줄여주면 뒤의 선수가 체력과 근력을 아끼는 전술 명칭이었다. 빙속 경기도 마찬가지다. 뒤쪽의 공기 흐름이 흐트러져 선수들이 내뱉은 비말이 10m 떨어진 곳까지 날아간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에 발표됐다.
실외 비말 얼마나 멀리 퍼져 감염시키는지는 의견 분분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주된 전파 경로는 감염자의 비말(침방울)이다. 기침이나 재채기, 말하기, 노래 등을 할 때 뿜어져 나온 비말이 타인의 호흡기로 들어가 감염된다. 밀접·밀폐·밀집 3밀(密) 환경이 아닌 야외에서는 공기 흐름이 강해 비말이 순식간에 흩어진다. 의학적·보건학적으로는 맞는 설명이다.

하지만 반론도 상당하다. 지난해 네덜란드 아인트호벤공과대와 벨기에 루벤대 연구진은 달리거나 자전거를 탈 때 ‘슬립 스트림’ 현상으로 비말이 10m 이상 확산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 현상은 물체가 빠르게 이동할 때 뒤쪽 공기 흐름이 흐트러지는 것을 말한다.

일부 전문가는 1차 접종자까지 실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1차 접종률이 20%대에 그치는 현 상황에서 성급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스라엘은 접종률이 50%를 넘었을 때 실외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했다.

●성인의 80%가 1차 접종한 영국, 확진자 4개월 수준으로

성인 인구의 80%가 1차 백신 접종을 마친 영국에서 신규 확진자 규모가 4개월 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 아주 딱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일종의 반면교사가 될 것 같다. 영국 정부는 17일 하루 신규 확진자가 1만 1007명, 사망자는 19명이라고 밝혔다. 신규 확진자는 2월 19일(1만 2027명) 이후 가장 많다. 이 나라는 강력한 봉쇄 정책과 백신 접종 효과에 힘입어 올해 초 7만명에 이르던 신규 확진자 수가 한때 1000명대까지 내려갔다가 봉쇄를 단계적으로 풀고 감염력이 훨씬 높은 인도발 델타 변이가 확산하며 지난달 말부터 확진자 수가 껑충 뛰기 시작해 4개월 수준으로 돌아왔다. 성인 인구의 80%가 백신 1차 접종을 했고 58.2%는 2차까지 완료했지만 젊은이들 사이에 델타 변이가 무섭게 번지는 속도를 못 따라잡고 있다.

영국 정부는 당초 오는 21일로 예정했던 규제 완화 날짜를 다음달 19일로 연기하는 등 당황하고 있다. 백신 접종 연령은 23세까지 내려갔고 이번 주말이면 18세 이상은 모두 예약할 수 있다. 접종 간격도 8주로 줄였다. 하지만 이들 연령층에 델타 변이가 급속도로 번지는 것을 얼마나 차단할 수 있을지 누구도 분명하게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백신이 세상에 등장한 지 한참의 시간이 흘러 일부 나라에서 성급한 조치들을 취하지만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공원 등에서 눈총을 받을까 걱정하는 마음에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려면 백신을 접종했더라도 집단면역이 달성됐다고 확신할 때까지 마스크는 쓰는 것이 좋겠다고 마음을 고쳐 먹어야 한다.

임병선 논설위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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