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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의사·간호사, 이제 모두 지쳐갑니다

남아 있는 의사·간호사, 이제 모두 지쳐갑니다

한상봉 기자
한상봉, 최치봉, 박승기 기자
입력 2020-08-27 21:52
업데이트 2020-08-28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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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충북대병원 교수 “쓰러질 지경”
간호사 “진료 밀린 환자 폭언 힘들어”
간협 “의사 수 OECD 중 꼴찌”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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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군분투
고군분투 27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한 의료진이 힘겹게 진료소의 문을 닫고 있다. 이날 오전 제8호 태풍 ‘바비’가 서울에 최근접하면서 강풍을 동반한 소낙비가 산발적으로 내렸다. 연합뉴스
“간호사도, 남아 있는 의사도 모두 지쳐 간다. 전체 의사 인력의 절반인 380여명의 전공의가 빠져나갔지만 병원은 기존에 잡힌 수술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하다 보니 평소보다 3~4배 많은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피로가 쌓여 죽을 지경이다.”

대한의사협회가 총파업에 나서면서 병원 현장에 남아 환자를 지키고 있는 의사들의 피로도가 커지고 있다. 특히 병원 일선에서 수술과 진료 차질에 대한 환자들의 항의를 온몸으로 받아 내는 간호사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허탁(57)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27일 “우리 과에 배정된 전공의 16명이 일주일 가까이 진료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10여명의 교수가 전남 최대 병원의 응급실을 책임지고 있다”며 “이번 주말까지 전공의 파업이 이어진다면 쓰러지는 교수도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충북대병원 마취과 A교수는 “일주일에 1~2회 하던 야간당직이 2~3회로 늘어났고, 야간당직 후 쉬지 못하고 곧바로 낮 근무에 투입되고 있다”면서 “지금은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앞으로 일주일 이상 파업이 계속되면 의사들 사이에서 가운을 벗고 싶다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간호사들의 불만도 극에 달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병원 업무에 차질이 생기면서 남아 있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환자의 불만까지 떠맡고 있다”며 “진료 예약이 미뤄진 환자들의 폭언까지 견뎌 내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의사들의 업무를 사실상 간호사들이 대신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기존에 인턴이 하던 드레싱·도뇨 등 간단한 처치 등의 업무다. 또 다른 간호사는 “의사 공백으로 처방이나 진단뿐 아니라 처치가 지연되는 등 의료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간호협회(간협)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코로나19 재확산의 위기 상황에서 의료 현장을 떠난 것은 윤리적 의무를 저버린 행위”라며 “전공의들이 떠난 진료 현장에 남은 건 간호사들의 근무 환경 악화와 업무 부담 가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간협은 “우리나라 의료 이용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두 배인데, 의사 수는 OECD 국가 중 꼴찌라는 사실을 의료계는 인정해야 한다”며 “국가 책임하에 경쟁력 있는 지역 공공의료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2020-08-2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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