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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자녀의 행복은…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자녀의 행복은…

입력 2012-05-07 00:00
업데이트 2012-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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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적 제가 살았던 동네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젊어서 생을 마친 돝머리 아주머니가 생각납니다. 돝머리란 저두(猪頭)라는 친정 마을의 옛 이름이었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한 해 보리타작이 끝날 무렵 저수지에 빠진 여섯 살 난 아들을 건져내고는 서른몇 짧은 나이에 삶을 접었지요. 그는 수영을 못 했답니다. 밭일을 하다가 얼핏 아들이 둑에서 저수지로 미끄러져 텀벙거리자 ‘몸뻬’ 바람에 장마로 물이 잔뜩 불어난 저수지에 뛰어들었지요. 그의 단말마적 비명 소리를 들일하던 다른 사람들이 들었지만 너무 멀어 어찌 해볼 도리도 없었더랍니다.

허우적거리다 둑에서 멀어져가는 아들의 멱살을 쥐어다 물 밖으로 내던지 듯 밀쳐 낸 뒤 힘이 다했는지 자맥질 몇 번 하고는 이내 가라앉더랍니다. 얼마 뒤 부리나케 모여든 마을 장정들이 어찌어찌 건져냈으나 그날 밤을 못 넘기고 절명하고 말았습니다. 장정들이 들어다 안방에 눕혔는데 몇 시간을 그렁그렁 숨소리만 내뱉더니 그만 눈을 감고 말았답니다. 뒤늦게 넋이 나간 친정어머니가 달려와 “자식 귀한 줄만 알고 제 몸 중한 줄 모르는 년”이라며 우짖었지요. 그랬더니 돝머리 아주머니가 잠깐 정신을 차리고는 “그래도 거미 새끼 같은 저거 살려놨으니….”라며 눈을 감더랍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 가없는 헌신(獻身)의 진정성에 가슴이 울울합니다.

우리 부모들은 그렇게 자식을 키웠습니다. 요샛말로 자식에게 자신의 삶을 ‘몰빵’한 거지요. 그걸 행복이라 여겼으니 삶이 힘겨워도 자식들 자라는 모습에서 위안을 얻었습니다. 사는 일이 고해였던 세상에 자식 말고 다른 희망을 구하긴들 쉬웠겠습니까. 당신은 어버이에게서 받은 그런 사랑을 자녀들에게 어떻게 물려주시는지요. 공부가 답이라고요. 그건 한 개인의 삶이 취할 수 있는 많은 조건 중 하나일 뿐이지 결코 행복의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공부가 답이기도 하지만 다른 답도 얼마든지 있다는 뜻이지요. 어린이날 즈음에 생각해 봅니다. 마치 눈가리개를 한 경주마가 질주하듯 정말 공부만 해대면 우리 자녀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어려운 문제이지만, 제 생각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jeshim@seoul.co.kr



2012-05-07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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