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억 기자의 건강노트] 간질 ‘귀신의 장난’은 옛말

[심재억 기자의 건강노트] 간질 ‘귀신의 장난’은 옛말

입력 2010-01-18 00:00
수정 2010-01-18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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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간질은 굿거리의 대상이었다. 발작하는 모양을 보자면 당시의 의료 수준으로는 대책이 없었을 것이다. 느닷없이 나자빠져 몸을 뒤틀고 거품을 무는 모습에 누군들 기겁하지 않았을까. 해서 혼담을 나눌 때도 간질은 주요 기피 대상이었다. 그러니 간질 환자를 자식으로 둔 부모는 한사코 쉬쉬하며 병을 감추려 들고, 그럴수록 치료는 멀어졌다. 현대적 의료에 눈이 먼 사람들이 보기에 간질은 영락없이 ‘귀신 들린 병’이 맞아보였을 법하다.

그러나 과학은 이런 무지를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간질이 귀신의 장난이 아니라 뇌의 전기 체계에 문제가 생겨 발병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원인을 아니 치료도 어려울 게 없다. 약물만으로도 발작의 70∼80%를 통제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간질 환자들이 겪어온 사회적 편견은 심각했다. 결혼이 어려운 것은 당연했고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따돌림 당하기 일쑤였다. 이런 편견은 병명에도 그늘을 덧씌워 어느덧 간질은 ‘지랄’ 같은 분별 없는 짓으로 매도되기도 했다. 보다 못해 간질학회가 나섰다. 혐오감을 주는 간질이라는 병명을 뇌전증(腦電症)으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만시지탄이다. 그들을 힘겹게 한 과거를 이제는 뉘우치는 마음으로 돌아봐야 할 때다.

jeshim@seoul.co.kr

2010-01-18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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