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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비’ 넘어선 갈등·외면… 갈곳 못 찾는 소각장·하수처리장

‘님비’ 넘어선 갈등·외면… 갈곳 못 찾는 소각장·하수처리장

박승기 기자
박승기 기자
입력 2021-07-13 21:54
업데이트 2021-07-14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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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 막막한 ‘환경기초시설’ 확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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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간 악취 유발자로 민원이 끊이질 않았던 대전 원촌동 하수처리장이 이전한다. 대전시는 유성구 금고동 일원 14만 6000㎡에 하루 65만t을 처리할 수 있는 하수처리장을 2026년 완공할 예정이다. 환경부 제공
수십년간 악취 유발자로 민원이 끊이질 않았던 대전 원촌동 하수처리장이 이전한다. 대전시는 유성구 금고동 일원 14만 6000㎡에 하루 65만t을 처리할 수 있는 하수처리장을 2026년 완공할 예정이다.
환경부 제공
지난 5월 수도권매립지를 대체할 2차 공모에 지원한 지방자치단체가 한 곳도 없어 결국 지난 9일 무산됐다. 1~4월 1차 공모보다 부지 및 매립 면적 등을 완화해 재공모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환경부와 수도권 3개 지자체는 대체 매립지 공모를 중단하고 2025년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에 이어 매립량의 50%(연간 145만t)를 차지하는 건설폐기물 반입 금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될 생활 사회간접자본(SOC)인 환경시설을 놓고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 외면이 심각하다. 지역·권역·주민 간 갈등 형태도 다양하다. 내 주변은 안 된다는 ‘님비현상’으로만 인식할 수준을 넘어섰다. 탄소중립과 자원 재활용이 지구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환경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특히 해마다 심화하는 노후화에 따른 시설 현대화를 둘러싼 갈등이 심각해 대한민국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가 됐다. ‘지산지소’(地産地消)는 농산물뿐 아니라 폐기물에도 적용이 불가피해졌다.

●소각장 지하 건설 vs 교통 체증·대기오염

환경기초시설 중 갈등이 심한 시설은 소각장이다. 이런 가운데 2025년 수도권을 필두로 2030년 전국적으로 생활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소각장 확보가 시급해졌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정책 변화를 반영해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오히려 논란만 촉발시켰다.

경기 부천시는 대장동 자원순환센터가 포화 상태에 이르러 시설 증개축이 필요해지자 현대화·광역화 계획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인근 인천(부평·계양)과 서울(강서) 일부 지역 쓰레기를 처리한다는 복안이었으나 주민 반대에 부딪혀 추진이 중단됐다. 지자체는 2029년 대장 신도시 입주로 시설 확충이 불가피한데 광역화로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지하 건설로 시설 상부를 주민 편익시설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반면 주민들은 다른 지역 쓰레기 반입에 따른 교통 체증과 대기오염 등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천시는 전문가·주민 등이 참여하는 시민협의회를 구성해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부천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13일 “하루 100t을 처리하지 못해 매립지로 보내는 등 확충이 필요하고 인근 지자체도 우리와의 경계 지역에 소각장을 신설할 계획이어서 광역화 계획을 마련한 것”이라며 “정상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연내 계획이 확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시는 20년 운영한 소각장 대보수를 추진하다 주민들이 대보수 반대 및 소각장 이전을 주장하고 나서 갈등을 빚고 있다. 경기 광주시는 자체 소각시설 설치를 추진했으나 예정지 주민들이 행정소송 등을 제기한 상태다. 경기 의정부시는 소각장 건설로 인한 광릉수목원 피해 우려가 제기되면서 3년째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진행 중이다.

소각장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인 시선은 건강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충북 청주시 북이면에서는 소각시설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로 인한 주민 암 발생 논란이 불거졌다. 환경부 주민건강영향조사에서 암 발생 간 역학적 관련성을 확인할 만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주민들은 불안감을 토로한다. 민간이 운영하는 사업장 폐기물 소각장 설치는 더욱 심각하다. 평균 가동률은 109%에 달하고 폐기물 발생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최근 민간 소각장 신설은 단 한 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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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오썸플렉스는 2016년 착공해 2019년 12월 준공했다. 5만 8000㎡ 면적에 총사업비 3400억원이 투입된 국내 최대 환경복합시설이다. 지하에는 생활폐기물 처리시설과 음식물류폐기물을 처리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시설과 재활용선별시설 및 하수슬러지 처리시설이, 지상은 주민편익시설로 조성됐다. 환경부 제공
평택오썸플렉스는 2016년 착공해 2019년 12월 준공했다. 5만 8000㎡ 면적에 총사업비 3400억원이 투입된 국내 최대 환경복합시설이다. 지하에는 생활폐기물 처리시설과 음식물류폐기물을 처리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시설과 재활용선별시설 및 하수슬러지 처리시설이, 지상은 주민편익시설로 조성됐다.
환경부 제공
●노후 하수처리장 2030년 전체 41% 전망

경기 남양주시는 하수처리시설 신·증설 계획을 놓고 지역 주민 간 갈등이 심각하다. 지자체가 마련한 ‘하수도정비기본계획’ 변경안에 따르면 2025년 왕숙신도시 입주에 대비해 현재 운영 중인 시설(진건·지금)을 증설하고 호평에 하수처리시설을 신설하기로 했다. 특히 관로거리가 길어 ‘불명수’ 발생이 많은 점 등을 고려해 호평·평내 하수를 진건으로 보내는 대신 지역 내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변경안이 알려지자 호평·평내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더욱이 해결이 지연되자 기존 시설이 입지한 주민들이 호평 자체 처리를 요구하면서 지역 내 논란으로 확전되고 있다. 지자체는 왕숙천 유역에 집중되는 개발사업의 추진과 강화된 방류수 수질, 진건하수처리장의 불명수 다량 유입 문제 해결 등을 위해 계획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수도정비기본계획 승인 주체인 한강유역환경청은 주민 의견 등 절차에 따른 진행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경분 남양주시 에코타운TF팀장은 “하수처리장 조성이 이뤄지지 못하면 3기 신도시 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며 “지하화 계획이 마련됐고 대체부지 등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으로 호평·평내지구 주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부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지역 하수 처리를 위한 지자체 계획에 대해 환경부는 뒷짐만 진 채 민원 해결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협의가 안 되면 조정이나 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 아무런 역할이 없다”고 했다.

2019년 국내 하수처리장은 4216곳에 달한다. 시설 용량이 하루 500t 이상인 처리장만 681개다. 남양주 진건처리장은 설치한 지 17년밖에 안 됐지만 노후화가 심각하고 용량이 포화 상태다. 하수처리장은 내구연한이 없지만 노후화 판단 기준(30년)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평가돼 현장과 ‘엇박자’를 보였다. 하루 500t 이상 처리 시설 중 25년 이상 된 노후 하수시설이 60여곳에 달한다. 노후 시설은 2025년 158곳, 2030년 전체 41.1%인 281곳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건설 당시와 비교해 유입 수질 농도가 높아지고 방류 수질 기준은 강화돼 시설 개선만으로 기준 준수가 가능한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환경부가 지역 갈등 및 대책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

2026년 수도권 지역부터 종량제봉투로 배출되는 생활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된다. 수도권 이외 전국 시행은 2030년부터다. 직매립 금지는 종량제에 담긴 폐기물을 선별해 재활용하고, 매립지 부족과 환경오염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소각 및 재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협잡물·잔재물(가연성 제외)만 매립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각 지역마다 소각장 등 폐기물처리시설 확보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수도권 3개 시도의 발걸음이 빨라지게 됐다. 서울은 광역자원회수시설(소각시설) 건립을 위한 입지선정위원회 및 타당성 용역에 나섰다. 인천과 경기도 소각시설 등 폐기물처리시설 신·증설 계획을 마련하고 추진할 계획이다.

●‘폐자원관리시설’ 지자체 응모 불투명

정부도 민간 폐기물 처리시설 부족과 유해 폐기물 처리 기피 등 현행 폐기물 처리 체계 한계와 불법·재난폐기물 대량 발생 등에 대비해 전국 4개 권역에 공공폐자원관리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폐자원관리시설은 소각·매립·재활용시설 등으로 구성된다. 부적정처리·방치폐기물 등 불법폐기물을 우선 처리하되 비상상황 발생 시 민간에서 담당하는 산업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도록 별도 고시하는 방안도 담고 있다. 현행 규정보다 강화된 환경 기준을 적용하고 폐자원 활용을 극대화하는 탄소중립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다만 수도권매립지 대체지 공모에서 드러났듯 설치 여부는 불투명하다. 최근 환경기초시설 논란 중 다른 지역 폐기물을 처리하는 것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눈으로 볼 수 있고 냄새가 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환경기준만으로 설득하기는 어렵다. 홍동곤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같은 눈높이로 접근하겠다”며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고 환경시설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2021-07-14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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