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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의 그늘… ASF·AI 소리 없이 확산 “이동 경로 막아라”

코로나의 그늘… ASF·AI 소리 없이 확산 “이동 경로 막아라”

박승기 기자
박승기 기자
입력 2021-06-08 17:32
업데이트 2021-06-09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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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전으로 밀려나는 야생동물 질병

ASF 3년째 확산… AI 역대최대 발생
광역 울타리 밖에서 감염 개체 발견
AI, 해외에서 인체 감염사례도 보고
백신·치료제 다 개발 안 돼 차단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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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 국내에서는 야생조류 234건, 가금류 109건 등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최대 발생한 가운데 순천만을 찾은 흑두루미들이 우아하게 착지하고 있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제공
지난겨울 국내에서는 야생조류 234건, 가금류 109건 등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최대 발생한 가운데 순천만을 찾은 흑두루미들이 우아하게 착지하고 있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제공
코로나19 장기화로 야생동물 질병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 첫 확인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3년째 확산 중이고 지난겨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역대 최대 규모로 발생한 후 올해 재유행할 것으로 예고됐다. ASF·AI가 농가에 발생하면 키우던 가축을 전부 살처분할 수밖에 없다. 양돈·가금류 농장·농가들이 바이러스 차단에 집중하고 있지만 한 번의 방심이 무시무시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ASF의 인위적 확산이 확인되고 겨울 한파로 AI 발생 유형이 변화하면서 야생동물 질병에 대한 방역 전략 수정이 필요해졌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현실에서 질병을 옮기는 ‘위험한 존재’인 야생동물의 이동 차단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ASF 동남진… 인위적 확산 첫 확인

2019년 10월 경기 연천 비무장지대에서 야생 멧돼지 ASF 감염이 첫 확인된 후 올해 5월 현재 2개 시도, 14개 시군에서 총 1421건의 감염개체가 발견됐다. 발생지역은 경기 4곳(파주·연천·포천·가평), 강원 10곳(철원·화천·양구·고성·인제·춘천·영월·양양·강릉·홍천)으로 동남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양돈 농가 감염은 2019년 9월 경기에서 처음 나온 이후 14건, 지난해 2건, 올해 강원 영월에서 1건이 나타나는 등 총 17건이다.

야생 멧돼지의 이동 차단을 위해 울타리를 확대 설치하고 있다. 현재 경기 파주~강원 고성까지 동서를 잇는 광역 울타리(1182㎞)와 발생 장소 중심의 1차 울타리(45곳·121㎞), 이동 차단을 위한 2차 울타리(28곳·545㎞)가 설치됐다. 다만 발생 지역이 주로 산악지대가 많아 설치에 어려움이 있고, 계곡 등은 자칫 홍수·산사태 등 또 다른 피해를 야기할 수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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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멧돼지
야생 멧돼지
지난해 11월 이후 포천·가평·인제·춘천 지역의 광역울타리 밖에서 감염 개체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12월 이후 기존 발생 지역과 거리가 있는 영월·양양에서도 양성 개체가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28일 폐사체가 발견된 영월 주천 신일리는 기존 광역울타리에서 62㎞ 떨어진 곳이다. 올해 1월 4일에는 기존 발생지에서 40㎞ 거리인 양양에서 감염 멧돼지가 나왔다. 영월과 양양, 강릉 등은 역학 조사 및 수색 결과 중간지역에 감염 개체가 없어 인위적 전파 가능성이 추정되고 있다

ASF는 산에 먹이가 부족하고 번식기인 겨울철 멧돼지의 활동 범위가 확장되면서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2019년 56건, 2020년 857건에 이어 올해 1~5월 현재 508건이 발생했다. 정원화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질병대응팀장은 8일 “ASF의 장기화 및 토착화에 대비한 대응 방안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며 “특히 백두대간을 통한 남쪽으로의 이동을 차단하기 위해 인력과 항공기·드론 등을 투입해 국립공원 주변 지역 수색 및 포획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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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유형 변화로 방역 전략 수정 필요

지난해 겨울 국내 고병원성 AI 발생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AI는 지속적으로 변이가 발생하고 해외에서는 인체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이로 인해 세계보건기구(WHO)가 경계할 바이러스로 지목하고 있다.

환경부와 야생동물질병관리원에 따르면 국내 고병원성 AI는 지난해 10월 28일부터 야생조류에서 234건, 가금류에서 109건이 발생했다.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검출은 올해 1월 한 달에만 108건에 달했다. 역대 최대 발생했던 2016년 겨울과 비교하면 야생조류(65건)는 3.6배 증가한 반면 가금류(166건)는 65.7% 수준으로 감소했다. 2016년 당시 경험이 반영된 방역 대책으로 가금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발생농장 등을 출입했던 차량을 통제하고 예방 차원의 살처분 범위를 검출지점 500m 이내에서 3㎞ 이내로 확대하면서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했다.

국내 고병원성 AI는 세계적으로 유행한, 병원성이 높고 지속기간이 길어 폐사율이 높은 H5N8형이다. 올해는 겨울 한파와 폭설로 수면이 얼면서 먹이 부족 등으로 취약해진 기러기류와 고니류 등 덩치가 큰 철새들의 집단폐사가 발생했다. 철원과 고성에서는 기러기류, 경북 구미와 경남 창녕에서는 고니류 집단폐사가 보고됐다.

환경부 등은 AI가 서식지에서 감염된 후 월동지에서 확산시키는 형태를 감안해 겨울 철새 번식지인 시베리아와 몽골 등에서 감시 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AI 바이러스가 확인되면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몽골 서식지 조사에서 고병원성이 확인돼 발생이 예측됐지만 한파에 ‘유행기’가 빨라졌다. 겨울 철새가 국내에 도래한 후에는 주요 도래지와 상습 발생 지역 등을 핵심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예찰 및 관리를 확대할 예정이다.

박재성 야생동물질병관리원 질병연구팀 보건연구관은 “레이더와 위치추적장치를 이용해 AI 유입 경로를 밝히는 동시에 유전체 유래 분석 등을 통한 발원지 추적 등 전문적인 대응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2021-06-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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