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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들 생존신호 보내며 버텼는데… 떠오른 32명민호엔 아무도 없었다

선원들 생존신호 보내며 버텼는데… 떠오른 32명민호엔 아무도 없었다

황경근 기자
입력 2021-01-04 23:38
업데이트 2021-01-05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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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 만에 부서진 선미 부분 인양
표류하다 방파제 충돌해 실종된 듯
한국인 선원 3명 시신 발견… 4명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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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제주항 인근 해상에서 전복된 한림선적 39t급 저인망어선 32명민호가 4일 인양되고 있다. 해양경찰은 이날 배가 침몰한 해저 수중수색 과정에서 전복 사고를 당한 승선원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승선원 7명 중 4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제주 뉴스1
지난달 29일 제주항 인근 해상에서 전복된 한림선적 39t급 저인망어선 32명민호가 4일 인양되고 있다. 해양경찰은 이날 배가 침몰한 해저 수중수색 과정에서 전복 사고를 당한 승선원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승선원 7명 중 4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제주 뉴스1
4일 오후 제주항 서방파제. 지난달 29일 침몰한 32명민호(39t)의 부서진 선미 부분만이 덩그러니 인양됐다. 사고 발생 1주일 만에 인양된 선미는 선원들이 마지막까지 생존하던 곳이었다. 해경은 선미 인양 후 내부 수색 작업을 벌였으나 실종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시신이라도 찾겠다며 인양 현장을 지켜보던 실종 선원 가족들은 망연자실했다.

해경은 32명민호가 전복 사고 후 파도에 밀려 표류하다가 제주항 방파제와 충돌하면서 선내에 있던 선원들이 실종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날 오후 제주항 인근 해역에서는 선원 장모(65)씨의 시신 1구가 추가로 발견됐다. 앞서 지난달 31일 선원 김모(73)씨가 제주항 3부두 앞 해상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선장 김모(55)씨는 지난 3일 제주항 서방파제 인근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32명민호에 타고 있던 한국인 선원 1명과 인도네시아 선원 3명 등 4명은 현재 실종된 상태다.

이들 선원은 사고 당시 생존신호를 보내며 전복된 선내에서 버텼지만 기상 악화가 구조를 가로막아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사고 당시 32명민호 선원들은 갑자기 배가 뒤집히자 선미 쪽 하부선실에 머물며 애타게 구조를 기다렸다. 인도네시아인 선원이 오후 7시 27분쯤 부산시의 외국인 선원 관리업체인 마리나교역에 텔레그램으로 구조를 요청했다. 오후 7시 44분쯤 신고를 접수한 제주해경은 선내에 있던 한국인 선원과 통화해 선원 5명이 침수되지 않은 선실에 머무는 것을 확인했다. 이어 오후 9시 8분쯤 사고 현장에 도착한 해경 구조대원이 선체 위에 올라가 선내를 두드리며 타격신호를 보내자 선원들도 생존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제주 해상의 높은 파도와 강풍이 이들의 구조를 가로막았다. 구조대원들이 전복된 선체에 접근해 구조 작업을 시도하던 지난달 30일 오전 3시 13분쯤 거센 파도가 몰아치며 리프트백에 의존해 있던 32명민호가 떠밀려 갔고 곧 제주항 서방파제에 부딪히면서 침몰했다. 해경 관계자는 “사고 당시 제주 해상에 몰아친 악천후가 너무 원망스럽다”며 “나머지 실종자 수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해경은 이날 해군과 남해어업관리단의 협조를 얻어 함선 24척, 항공기 6대, 항공드론 4대, 소형 무인잠수함(ROV) 1대 등을 투입해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였다. 32명민호는 지난달 29일 오후 4시 3분쯤 조기를 잡기 위해 서귀포시 성산항을 출항해 3시간 40여분 만인 오후 7시 44분쯤 제주항 북서쪽 약 2.6㎞ 해상에서 전복됐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2021-01-0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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