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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보다 강한 도박의 유혹’ 3억 탕진한 10대

‘마약보다 강한 도박의 유혹’ 3억 탕진한 10대

임송학 기자
임송학 기자
입력 2016-09-08 16:58
업데이트 2016-09-0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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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학년 시절부터 불법 도박에 빠져 3억원을 탕진한 10대가 경찰에 적발됐다.

8일 전북 익산경찰서에 따르면 A모(20)군은 고 3이던 2014년 우연히 도박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헤어날 수 없는 구렁텅이에 빠지고 말았다. 10대 청소년이 불법 도박에 빠져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고, 부모의 돈까지 손을 댄다는 웹툰 외모지상주의 ‘불법 또또편’이 현실에서 그대로 재현됐다.

A군은 최근 경찰에 적발된 불법 도박 사이트가 문을 연 2014년 2월부터 3억여원을 도박에 쏟아부었다. A군은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부터 일용직까지 아르바이트에 목을 맸다. 심지어 부모 돈에도 자주 손을 댔다. 부모 부동산을 몰래 담보로 제공하고 억대의 돈을 융자받아 도박으로 탕진했다.

죄책감에 스스로 심각성을 느낀 A군은 도박 중독 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참가해 봤지만 ‘도박의 유혹’을 떨쳐내지 못했다. 어떤 해에는 1년에 4차례 진행되는 도박 중독 프로그램에 모두 참여했지만 도박을 끊지 못했다. 그는 경찰에서 “그동안 여러 차례 도박을 끊으려고 해봤지만, 도박의 희열을 한 번 맛보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며 “결국 친구들에게 갚지도 못할 돈을 빌리고, 부모 돈까지 훔치는 불효를 저질렀다”고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익산경찰서는 8일 1조 7000억원대 판돈을 입금받아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이모(28)씨 등 3명을 구속하고 해외에 거주하며 실질적으로 사이트를 운영해 온 최모(44)씨 등 4명을 추적하고 있다.

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입수해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이용자를 모집했다. 모집 방법이 10대나 젊은 사람이 주로 이용하는 SNS였기 때문에 판돈 1000만원 이상 이용자 130명 중 10∼20대는 65명에 달했다. 10대나 20대가 도박에 쉽게 빠지는 것은 간단한 게임 방식 때문이다. 최근에는 포커나 블랙잭 등 복잡한 방식의 도박보다 사다리 타기나 달팽이 경주 등 ‘홀짝’ 형식의 게임 같이 간단한 게임으로 불법 도박 사이트가 운영된다. 젊은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인 스포츠 경기도 청소년을 불법 도박에 쉽게 빠져들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소그룹’ 형태로 이용자들을 관리하는 불법 도박 운영자들의 조직 관리 방식도 도박 중독을 벗어나기 힘들게 한다. 실제 이씨 등은 홍보책들을 이용해 소그룹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이용자들에게 경기 정보나 승률이 높은 게임을 소개하기도 했다. 홍보책들은 이용자가 도박에서 돈을 잃을 경우에는 30%의 수익을 받고, 이용자가 돈을 땄을 때는 이용자로부터 3%의 정보 제공료를 받았다. 홍보책들은 이용자가 돈을 잃어야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간혹 도박에서 이길 수 있도록 흘리는 정보는 ‘미끼’에 불과했다.

오선아 익산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장은 “도박 방식이 간단해지고,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스포츠 등이 도박의 소재로 사용되다 보니 청소년이 도박 중독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며 “운영자들의 사이트 운영방식도 갈수록 진화해 피해를 키우는 양상이다”고 설명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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